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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유권자 좌담회<상> "투표권만 있고, 공약은 없다"(영상)

의회관리자 0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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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18세 유권자 및 예비 유권자 청소년들이 10일 첫 투표를 앞두고 더팩트 좌담회에 참석한 뒤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국회=배정한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이 첫 투표를 한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국회는 지난해 15년 만에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20살이 되는 성인식처럼 축하받아 마땅할 이들에게 정치권은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 선물'을 안겼다. <더팩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 전문가,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등과 함께 [VOTE '18'] △19금이 깨지기까지 △해외는 어떻게 △청소년 유권자 좌담회 '상' '하' △투표를 마치고 등을 주제로 기획 취재, 총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청소년 공약 턱없이 부족·10대 픽(Pick)은 '올바른 정치인'


[더팩트ㅣ사회=이철영 기자·정리=박숙현 기자] '만 18세' 유권자들이 나타났다. 21대 총선에서 전체 약 4400만명의 유권자 중 만 18세 유권자(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는 약 55만 명이다. "돈만 주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정당", "음주운전 같은 전과 있는 사람", "정치 관심은 나이에 따라 다른 게 아니다" 등 청소년 유권자들의 말은 기성세대의 편견을 과감히 깨버릴 정도다.


지난 십여 년간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간 끝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이들이 초대됐다. 유권자 새내기를 반갑게 맞아들이기도 전에 '어린 친구들이 뭘 알까' 라는 삐딱한 시선이 앞선다. 정작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 정치권, 성인 유권자에 대한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만 18세 유권자를 맞이할 준비가 잘 돼 있을까?


4·15 총선을 앞두고 <더팩트>와 대한민국청소년의회는 새내기 유권자들의 속내를 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5~18세 청소년 6명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21대 총선부터 유권자가 된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제11대 청소년의장단 수석서기이자 제12대 청소년 의원으로 활동 중인 신가현(만 18세, 서울), 대한민국청소년의회 기자단에서 활동하는 안관희(만 18세, 일산)와 강채연(만 18세, 청주),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제12대 청소년의원 정치법제 의원회 위원 김지수(만 18세, 서울), 그리고 예비 유권자인 제12대 청소년의원 정치법제 의원회 위원 이도경(만 17세, 서울), 박서연(만 15세, 김포)등 총 6명이 참여했다. 좌담회는 10일 오후 5시 30분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상대적으로 방역이 철저하고 안전한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발열 검사 후 약 두 시간 동안 진행했다.




​영상 자료 : https://www.youtube.com/watch?v=-zXUXRvJTSY#action=share

첫 투표를 앞둔 이들이 마냥 설레기만 한 건 아니었다.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솔직히 얼떨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노력한 게 이뤄진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투표를 앞두고 막중한 책임감이 들었다"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예상 외의 답변들도 나왔다. 각 정당에 대해 뉴스 등을 통해 마음이 가는 정당들이 있다는 참여자도 있었지만, "일부러 정당에 대한 이미지나 편견을 갖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히려 선거 때 후보의 공약이나 전과기록, 평소 발언 들을 눈여겨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연령 하향에도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내놓은 청소년 공약들은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 있지 않고 형식적인, 겉보기식이었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그 이유로 "10대 유권자가 적어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면서 대학입시 정시전형 확대를 시급히 추진하고, 결식아동이나 문화예술 청소년 지원 문제 등 소수자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또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니 학교 내 활동 관련 공약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주문했다. 특히 그동안 청소년 성범죄 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지적하며 가해자 처벌 강화 등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교원의 정치 중립성 훼손' 문제에 대한 돌발 질문에도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교원의 편향적인 언행은 정치 관념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은 특히 '어리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휘둘리고 정치에 대해 모를 것'이라는 어른들의 시선에 "소위 말해서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꼰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치 관심은 나이에 따라 다른 게 아니다"라며 "'어리니 판단도 미성숙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비난할 게 아니라 올바른 정치적 가치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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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총선부터 유권자가 된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제11대 청소년의장단 수석서기이자 제12대 청소년 의원으로 활동 중인 신가현, 기자단에서 활동하는 안관희와 강채연, 제12대 청소년의원 정치법제 의원회 위원 김지수 학생은 첫 투표 소감으로 "책임감"을 꼽았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배정한 기자


-만 18세, 첫 투표 소감은?


신가현(이하 '가현'): 평소 청소년 인권 관련 활동을 많이 했었고, 선거권 연령 하향 관련 활동을 했다.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에게 '법이 통과됐다'는 소리를 듣고 뉴스를 봤다. 처음에는 솔직히 얼떨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노력한 게 이뤄진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내일(11일 사전투표) 투표를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또 (집에 온) 공보물을 봤을 때 막중한 책임감이 들었고, 염려되는 점도 있어 복잡미묘하다.


(선거법 연령 하향 후 교내 분위기는) 제가 속해 있는 학교에선 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에만 청소년으로서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후에는 방학을 시작하기도 해서 별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진 않은 것 같다. 만약 개학을 했다면 어떤 분위기가 형성됐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친구들끼리 선거권과 관련해 정치 이야기를 한다든가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교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게 금지돼 있어서 교내보다 교외에서 특정 정당 산하 청소년분과위원회에서 활동한다든지 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안관희(이하 '관희'): 저도 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 때 투표 현장을 따라한다고 부스도 설치해보고 해서 별로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총선) 공보물이 제 이름으로 오는 걸 보니 새로운 기분이었다.


강채연(이하 '채연'): 처음에는 마냥 신나고 설렜다. 부모님과 같이 선거하러 갈 수 있어서 신기했는데 점점 날짜가 다가오니 책임감도 강해지고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내 한 표가 도움이 됐으면 해서 신중하게 투표하려 한다.


김지수(이하 '지수'): 저도 설레는 마음이 컸다. 항상 부모님이 투표하시는 게 부러웠다. 투표하게 되니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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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청소년의회 기자단에서 활동하는 강채연 학생(왼쪽)과 안관희 학생(오른쪽)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좌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배정한 기자



-청소년들이 보기에 국회 모습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각 정당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가현: 정당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도 않고, 갖고 싶지도 않아서 각 정당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많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정당에 대한 편견보다는 공보물에 있는 공약이나 전과 기록, 여러 상황을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당에 속해있다고 해서 (후보에게)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관희: 저도 같다.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당을 중요시 여기지 않고,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어떻게 발언하고 다니는지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


채연: 저도 그렇다. 다만 (정당 중에) 좋게 보는 곳은 없다. 다들 자기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무조건 비난하고 비판하는 게 좋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든 권력이 손에 있으면 안 좋은 마음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당에 대해) 좋은 마음보다 안 좋은 인식을 깔고 시작하는 것 같다.(웃음)


지수: 저는 좀 다르다. 뉴스를 보다 보면 큰 사건들을 들으면서 신뢰가 떨어지는 정당이 있고, 반대로 그나마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정당도 개인적으로는 있다.


이도경(이하 '도경'): 저는 보수성향이다. 그러다보니 더불어민주당은 굉장히 안 좋게 본다. 특히 투표권이 하향되면서 같이 통과된 게 준연동형비례제인데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연동형이 통과되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결국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이를 보고 민주당이 '정치를 장난으로 하나'라고 비난했으면서 자신들은 갑자기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또 저는 통합당 지지자이지만 통합당을 좋게 볼 수만은 없다.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이미지도 국민들 사이에 쌓여 있고, 황교안 대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비판하면서 '비례대표용지는 키 작은 사람은 들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저처럼 키 작은 사람은 들지 못한다는 거다. 이런 걸 보면 좋게 보고 싶어도 그렇게만 볼 순 없다.


박서연(이하 '서연'): 저는 언니 오빠들과 다르게 정당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후보자가 바른 생각을 갖고 있어도 정당은 아무래도 가치관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정당만의 색깔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가치 중립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정당은 열정적인 당과 아닌 당이 나뉘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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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의 청소년(청년) 공약 중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청소년 유권자들이 한 표를 얻을 수 있는 공약을 내놓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현: 선거 공보물을 받아보니 제가 속해 있는 지역구에선 청소년을 정말 대변할 수 있는 공약을 못본 것 같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청소년을 위해 어떤을 공약 마련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그루밍 성범죄 방지 조항'을 신설하는 거였다. 그루밍 성범죄가 미성년자 성범죄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들었고, 가장 손길이 필요한 미성년자들이 가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루밍 성범죄를 방지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고, 또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 청소년들을 위해 법 조항을 만들겠다는 공약이어서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정치 권력 때문에 겉보기로만 청소년을 위한 듯한 공약이 있다. 그런 공약을 내건 국회의원은 뽑기도 싫고 시쳇말로 '아웃 오브 안중(어떤 일이나 사람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신경을 쓰지 않음을 의미)'이다. 다수를 위한 공약도 중요하지만, 소수를 위한 공약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식아동 문제도 있고, 문화예술 청소년 관련해 해결되지 않은 여러 고충도 있다. 그런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공약이 없었다. 이번에 선거연령이 하향돼서 하나쯤은 보일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그런 공약이 있으면 좋겠다.


관희: 지역구 공약을 봤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청소년 말고 청년 지원 쪽만 보더라도 구조적인 해결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단지 지원금 얼마를 주는 식의 정책에만 관심 갖는 것 같다. 표를 얻으려는 것처럼만 보였다.


정시 관련 공약이 있어서 봤는데 겉보기식이었다. 정확히 어떻게 바뀐다는 상세한 내용들은 내걸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신을 올려야하는 생활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받고,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 해 교우 관계도 무너질 수 있다. 관계가 삐끗해질 수 있는 제도가 수시인데 고3 입장에선 (내신 관련) 그런 혜택의 편차도 큰 것 같아서 정시 확대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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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에서 청소년 유권자들은 21대 총선에서 만18세 및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인 공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12대 청소년의원 정치법제 의원회 위원 김지수 학생(왼쪽)과 박서연 학생(오른쪽)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좌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배정한 기자


채연: 저도 지역구 공약을 봤다. 초·중·고 학생들을 방학 중이나 방과 후에 문화 프로그램을 무료 강습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중·고등학생보다는 돌봄 교실에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유익한 공약 같았다. 주변에 보면 돌봄교실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은 과자 먹고 색칠 놀이하는 게 다인데,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약 같아서 괜찮았다. 거창하지 않지만 소소하게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어서 청년과 청소년, 부모님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공약 같다.


또,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공약으로 내줬으면 좋겠다. 아직 이런 공약 내건 사람이 없었다. 어리다고 처벌을 안하면 커서도 잘못된 줄 모르고 재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싸주는 게 아니라 잘못됐다고 확실하게 알려주고, 처벌하는 게 인성을 위해 맞다고 생각한다.


지수: 제 지역구에선 청소년을 위한 공약은 못본 거 같아 아쉽다. 청소년 위한 공약을 한다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약들, 한 표를 행사했을 때 그 표만큼 와닿을 수 있는 공약들 나오면 좋겠다. 특히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니 학교 내에서의 활동 관련 공약이 있으면 좋겠다.


도경: 저도 청소년 관련 공약은 못봤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만 18세 유권자들을 전국 253개 지역구로 쪼개면 규모가 더 적다. 어차피 만 18세는 표도 잘 안 나오니까 청년들에게 집중하자고 하는 것 같다. 청소년 공약을 만든다면 고3 대학 입시 관련된 공약을 해줬으면 좋겠다. 또 청년 관련 공약을 보니 취업하기 전에 국가가 돈을 준다고 한다. 일자리를 늘리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건 포퓰리즘 공약 같다. 그리고 청소년 흡연 관련해서 현재 담배를 산 청소년은 처벌을 안 하고 판매한 점주는 처벌하는데 법을 바꿔서 판매한 점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면 청소년 흡연율도 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서연: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선 서른 살 후보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어린 후보가 나와서 유심히 봤는데 역시 마음에 드는 공약은 없었다. 또, 청소년 교육 문제 방안을 내놓았는데 '수능 대폭 늘리겠다' 이런 형식적인 공약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학교에서 자율적,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 교육 과정을 좀 바꿔주면 좋겠다. 또 청소년의 눈에서 봤을 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형량이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 그런 범죄 처벌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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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권 만18세 인하로 일각에선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제12대 청소년의원 정치법제 의원회 위원인 이도경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배정한 기자


-이번에 한 정당에서는 '교원이 정치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 징계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교실의 정치화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가현: 교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띄지 않았을 때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중학교 때 역사 시간에 근현대사 특정 주제로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찬성한 애들한테만 만점을 주고,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반대한 학생들의 점수를 확 깎는다거나, 계속 반박하거나 했다. 그때 기분이 묘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확실히 우려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내 생각이나 발언이 틀린 건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그걸 모르게 될 수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희: 저는 그런 경험은 없는데 역시 안 좋게 본다. 학생들에게 한쪽 정당에 편향된 생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교육 형식으로 각 정당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떤 가치관 갖고 있는지 정도로 기본적인 개념만 심어주고 나머지는 청소년이 알아서 생각하게끔 하면 좋겠다.


채연: 정치에 관심있는 친구들은 (선생님) 영향을 안받겠지만, 가치관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친구들은 무조건 선생님 말을 듣고 안 좋은 방식으로 가치관이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런 점은 선생님들이 조심해줘야 한다.


지수: 선생님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건 맞다. 다만 특정 정당에서 말하는 '교실의 정치화'는 그분들이 생각하는 정치가 막말하고 깎아내리는 거라서 그런 걸 학생들에게 물려주기 싫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여러 사람이 의견을 말하는 도구다. 학생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사전적 의미의 정치를 하게 되는 건 좋을 것 같다.


도경: 선생님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저도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면서 '대통령 하면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적이있다. 교육자가 정치적 중립성을 안 지키면 가치관이 성립하지 않은 아이들한테는 선생님의 이념이 적용될 수 있다. 최소한 교사들 만큼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서연: 저 역시 그런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법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잘 단속될진 모르겠다. 어떻게 잘 승화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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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에 참석한 청소년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에 대한 편견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공약과 인물 중심으로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배정한 기자





-국회의원 '이런 사람을 꼭 뽑겠다' 또는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뽑는다' 기준이 있다면?


가현: 저는 뽑고 싶은 국회의원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저는 공약을 많이 보는 편인데 첫 번째, 공약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가, 진정성이 있는가 이고, 두 번째는 현실적인가이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공약을 비중있게 다룬 국회의원이라면 뽑고 싶다. 뽑고 싶은 않은 국회의원은 정치 권력에만 얽매이는 이들, 예를 들어 '저 정당이 이런 공약을 세웠으니 나도 따라해야지' 아니면 '반대 공약 세울거야' 하는 식으로 본질은 생각하지 않고 표면적으로 정치싸움 하는 국회의원은 안 뽑을 거다.


관희: 구조적인 것들을 바꿀 수 있는 국회의원이면 좋겠다. (국회의원의 발언이나 공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유심히 본다. 별로 뽑고 싶지 않은 정당은 특정 당처럼 국민을 돈으로만 보고, 돈만 주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쪽은 뽑고 싶지 않다. 현실적으로 당연히 불가능한데도 생각없이 공약을 내세웠다.


채연: 작은 문제들이 탄탄하게 해결돼야 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거창한 공약 내세우는 사람보단 당장 눈앞에 닥친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운 후보를 뽑고 싶다. 또, 권력을 남용하는 게 아니라 절제해서 올바른 곳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면 투표할 것 같다. 터무니없고 무성의하고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내세우는 당은 거들떠도 안 보고, 또 음주운전 같은 전과 있는 사람들도 안 뽑을 거다.


지수: 공약을 내걸 때 예산을 어디에서 확보하고, 언제까지 이루겠다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있으면 더 신뢰가 가서 뽑고 싶다. 저도 국민에게 1억 원씩 준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건 정당은 싫다.


도경: 저는 우선 재선에 도전하는 사람은 3가지를 본다. 국회의원할 때 공약 이행률이 얼마나 됐는지, 본회의 참석율과 현재 내건 공약의 실행 가능성 등이다. 처음인 후보는 공약을 보고 실현 가능성 유무부터 판단한다. 또, 뽑을 때 여당인지 야당인지도 살펴볼 것 같다. 여당을 찍는다는 건 현 정부를 지지하고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잘하고 있으면 당연히 여당을 찍을 거다.


서연: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 살고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마주하는 상황도 다르다. 그래서 저는 각계 각층의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고 그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고 싶다. 국민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준 건데 마치 국민이 자기 아래 있다는 듯이 하는 권력을 남용하는 국회의원은 뽑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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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유권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좌담회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대한민국 청소년의회 기자단 강채연 학생, 안관희 학생, 그리고 제11대 청소년의장단 수석서기이자 제12대 청소년 의원 신가현 학생. /배정한 기자


-투표권은 주어졌지만, 만 18세라는 나이가 어른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것 같다. 흔히 어른들의 '니들이 뭘 알아'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현: '청소년은 어리고 미성숙해서 미성숙한 판단 할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맞다고 가정해도, 물론 저는 틀리다고 생각한다. 그걸 맞다고 전제로 둔다면 그 반대로 '어른들은 성숙하니까 성숙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게 참이 된다. 그 전제들이 전부 참이라고 가정해도 그렇게 비난할 시선을 가질 게 아니라, 어른들이 그렇게 성숙하고 뭔가를 더 잘 알면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경험과 성숙하고 올바른 판단을 바탕으로 교육을 하든지 해서 올바른 정치적 가치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어른 역할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그 가정이 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관희: 정치인들의 발언들이나 여러 가지를 보면 나이만이 생각을 좌우한다고 보지 않는다. 보통 '니들 나이에는 공부나 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는 활발히 공부하고 있고 이렇게 정신이 깨어있을 때 투표하게 되니까 오히려 선거 연령 하향법이 잘 통과됐다고 본다.


채연: 정치 관심은 나이에 따라 다른 게 아니다. 나이가 많아도 관심 없으면 모를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시선은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


지수: 모두가 처음 접하는 상황이니까,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와 부모님 세대와 달리 저희는 태어났을 때부터 초·중·고를 다 민주주의 사회에 자라난 첫 세대다.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우리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도경: 소위 말해서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꼰대'다. 나이가 많다고 다 정치를 잘 아는 건 아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애들도 촛불집회 참여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제 주변에 정치에 관심 없는 애들도 대부분이지만, 정치에 관심 있는 애들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니 어른들이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서연: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통 그렇게 말하시더라. 아마도 저희가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다른 선택을 할 거라는 우려 때문에 하신 말 같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건 그분들이 살아온 삶을 무시한 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점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미성숙하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소신있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청소년의회는? 유엔 아동 권리협약(12조)과 대한민국청 소년헌장 등의 청소년 사회참여 근거를 바탕으로 2003년 출범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청소년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비영리 민간단체다. 사회적 의사결정구조의 사각지대에 있는 선거권 없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퍼지도록 하고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tf.co.kr/read/ptoday/1789821.htm

더팩트, 2020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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