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성적욕망’ ‘고교10대천왕’… 평범한 고등학생은 출연할 수 없나요?
tvN 예능 ‘성적욕망’ ‘고교10대천왕’… 평범한 고등학생은 출연할 수 없나요?
ㆍ학생들 이야기보다 사교육 강사에 초점
ㆍ특목고·유명인 자녀 위주…공감 안돼
TV에서 다루는 고등학생의 범위엔 어떤 ‘보이지 않는 기준’이라도 있는 걸까.
고등학생의 관심사와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들에서 정작 ‘평범한 고등학생’들을 발견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고등학생을 주요 패널과 소재로 내세운다는 자체만으로 신선해 처음엔 주목을 받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다수 학생들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고등학생 패널과 주제를 선정하는 데 실제 학생들이 지닌 다양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tvN <성적욕망>은 ‘성적 향상을 갈구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고품격 교육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스스로 ‘1등급 교육 토크쇼’임을 내세운다. 웬만한 고등학생과 학부모라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대학 입시와 성적이 주제인 것이다. 방송은 자원한 학생의 실제 모의고사 성적표를 두고 목표 가능 대학과 수능시험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학습 습관을 관찰해 개선점을 조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 입시를 둘러싼 소문의 실체를 밝힌다는 ‘풍문검증소’ 코너도 있다.
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의 초점이 성적 문제로 고민하는 고등학생이 아닌 패널로 나오는 유명 사교육업체 소속 강사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들이 주인공처럼 되면서 프로그램의 내용도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공감하기 힘든 주제로 채워지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 등 사교육이 성행하는 곳에 살지 않는 고등학생들은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첫 회 풍문검증소 코너에서 진행자와 사교육 강사들이 ‘서울 강남의 과목별 고액과외 비용은 월 1000만원에서부터 시작한다’ ‘1타 강사(과목 최고 인기 강사)는 수능 출제위원을 사전에 알 수 있다’ 같은 소문의 진위를 따진 게 그런 예다. 윤지희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사무국장은 “교육과 성적은 청소년들의 관심이 큰 이야기인데, 주인공이 청소년이 아니라 패널인 스타 강사와 진행자들에게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사교육 시장에 속해 있지 않은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10명을 모아놓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tvN <고교10대천왕>도 마찬가지다. 패널로 선발된 고등학생들은 특목고에 다니거나 유명인들의 자녀인 경우가 많았다. 또 연예인을 닮은 외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패널 선정에 실제 고등학생 집단의 대표성이 아니라 화제성이 중심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사교육, 성인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신상 털기’ 등 실제 청소년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토론마저 진지함보다는 흥미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182147055&code=960801
경향신문, 2015년 6월 18일 21:47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