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낮춰주세요" 청소년들의 이유 있는 주장
"선거연령 낮춰주세요" 청소년들의 이유 있는 주장
3일 선거연수원서 '청소년 자기주장 발표대회' 성료
[프라임경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선거연령이 만19세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입니다" "국정농단 사태 때 청소년도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습니다"
지난 3일 대한민국청소년의회가 선거연수원서 주최한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 현장에서는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2018 유권자 정치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된 대회에는 방문객들이 가득 몰렸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행사장마다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고 외부에도 전시장을 매운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파를 뚫고 내부로 들어서자 행사일정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청소년 자기주장 발표대회가 본관동 3층에서 진행된다는 안내문을 보고 곧장 3층으로 향했다. 구름 인파 탓에 가다 서다를 반복한 끝에 3층에 도착했다. 대회가 진행되는 세미나실 앞에는 스탠딩 배너가 먼저 기자들을 안내했다.
세미나실 문을 열자 대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애타게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긴장을 풀어주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못할까봐 걱정돼 어떡하지" "못해도 괜찮아. 지금까지 열심히 했잖아" 걱정을 토로하는 자녀를 애써 격려하는 부모의 눈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뒷문에서는 진행요원들이 입장객에게 팸플릿을 나눠주고 카메라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진행요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입장객 한명 한명을 놓치지 않고 응대했다.
마이크가 한 번 '툭툭' 소리를 내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앞을 바라봤다.
▲지난 3일 선거연수원서 진행된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선거권 연령인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민준영 청년기자)
"이번 대회는 아직 유권자는 아닌 청소년이 유권자가 돼서 여러분들의 생각을 발표해 보는 대회입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돈되자 대회 진행을 담당한 윤지희 사무국장이 말을 꺼냈다. 대회 진행방식과 평가비율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대회시작이 임박했음을 직감한 참가자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머리를 정돈하는 등 분주했다.
시작 전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동영상으로 축사를 건넸다. 진 장관은 "청소년은 더 이상 내일의 시민이 아니다. 여러분들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재의 주인공"이라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축사가 끝나자 17명 참가자 중 처음으로 이선우(김해 임호고)군이 연단에 섰다. 좌중의 힘찬 박수를 받은 덕일까. 이군은 첫 발표라는 부담감을 덜어버린 듯 유연하게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선거권 연령인하에 대한 찬반여론을 비교하며 이에 따른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다.
선거권 연령을 낮춰 만18세 청소년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문화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교내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정치참여를 확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발표가 끝나자 대기 중인 참가자들과 청중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여럿 끄덕였다. 이어진 청중들의 질문 공세에도 이 군은 침착하게 답변을 하며 맞받았다.
뒤이어 나온 학생들의 발표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와 궤를 같이했다. 재작년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광화문으로 촛불을 들고 나온 청소년들과 현대사의 굵직한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었다고 열변을 쏟아내는 학생도 있었다.
또 OECD 회원국의 선거연령 통계를 분석, 한국이 유일한 선거연령 만19세 국가라며 주장에 힘을 싣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참가자들은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해 겪은 불합리한 경험들을 떠올리며 선거권 연령인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청소년의회와 청소년 정치참여 기회를 교내까지 확대해 민주주의 교육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도 여럿 나왔다.
반면 선거권 연령에 현행유지를 주장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규원(인천 영선고)양은 선거연령을 낮췄지만 학생들의 의견대립으로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선거연령 인하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으로 교내 신문배치와 사설 교육후 교내 대회를 주최하자는 대안을 냈다. 교내 도서관 뿐 아니라 이동이 많은 복도에도 신문을 배치하면 접근성이 수월해 다들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서 궁극적으로는 정치를 이해하고 학생들의 대립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회 유일한 반대론자의 주장. 학생들은 손을 들어 질문을 이어나갔다. 원색적인 비난이 아닌 자연스러운 질의과정이었다. 누구도 반대를 주장한 학생에게 힐난조차 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그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토론을 하는 문화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착이 된 듯 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선거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과거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촛불시위 중심에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참정권의 확대를 외친 것이다.
정치권이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을 한 것일까. 지난 5일 정부와 여야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합의문 전문에 선거연령 인하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협의했다. 대회가 마무리된 이틀 뒤 정부와 국회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와 여야 협의체 회의를 계기로 이날 울려퍼졌던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해당 기사는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취재 : 민준영 청년기자)
원문보기: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html?no=435480
프라임경제, 2018년 11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