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만든 '위안부'할머니 위로 배지 '걱정마 소녀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위로 배지를 만든 이현진(왼쪽부터), 이홍래, 이채연 학생의 모습. 이홍래양 제공
전북외고 2년 이홍래·이채연·이현진양
“의미 오래 기억할 물건 만들고 싶었어요”
“단순한 기부보다 의미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배지 ‘걱정마 소녀야’를 만든 고교생들이 있다. 주인공은 전북외국어고 일본어과 2학년 이홍래·이채연·이현진양이다. 이홍래양이 프로젝트와 배지 디자인을 기획하고, 이채연양이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했으며, 이현진양은 무궁화꽃 등이 있는 배경지를 디자인했다.
배지는 하얀 한복 저고리를 입은 ‘위안부’ 피해 소녀와 백발의 피해 할머니가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 흰소매의 손은 옛날 어린 소녀의 모습이자 지금 소녀상의 모습을, 오른쪽 분홍소매의 손은 현재 할머니들의 손을 의미한다. 맞잡은 두 손은 과거의 소녀와 현재의 할머니가 서로를 위로·의지한다는 뜻이다. 배지에는 ‘걱정마 소녀야 내가 손잡아 줄게’라는 말과 함께, 뒤편에 소녀상 의자가 보이고, 피해 할머니 상징인 노란나비도 있다.
이홍래양은 “할머니를 다룬 영화 <아이캔스피크>, <귀향> 등을 보면서 스스로 묻기도 했어요. ‘나는 정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잘못한 것은 없을까’라는 생각에 걱정과 부담이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 배지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말을 들으면 용기가 난다”고 말했다.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금속배지를 제작하려면 주문량이 최소 100개를 넘어야 했다. 따라서 적어도 60만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이런 문제로 돈을 모집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생각했지만, 투자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등 조건이 복잡했다. 이런 가운데 한 사이트에 지원한 디자인 공모가 인연이 돼, 위안부 피해자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적 운동단체 ‘소녀해방단’을 지난달 알았다. 여기서 제작비를 지원했고 판매도 맡는다. 수익금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한 정의기억재단에 전액 기부한다.
공익광고 기획자가 꿈인 이홍래양, 방송에 관심이 많아 학생들의 모임 ‘대한민국청소년의회’에서 라디오 디제이(DJ)를 맡는 이채연양, 미술을 잘하는 이현진양은 “배지 판매도 좋지만 이를 계기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더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탄핵 촛불집회를 계기로 청소년의 사회참여 활동이 활발해졌고 용기를 갖게 됐어요. 촛불 당시 처음에는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주변의 냉소가 있었는데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룬만큼 이런 정신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로하는‘걱정마 소녀야’ 배지. 둥근 원모양이 배지이다. 이홍래양 제공
원문보기: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18627.html#csidx39cd7fe441e4fbf8ca06ff3a8f8acbd onebyone.gif?action_id=39cd7fe441e4fbf8ca06ff3a8f8acbd
한겨레 박임근 기자, 2017년 11월 12일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