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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세계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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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Posted18-08-28 17:51 View147회 Comments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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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 https://smartstore.naver.com/bookchoice/products/668009234?NaPm=ct%3Djlaye39k%7Cci%3Dffaee2c406dcd6a0f704d355853c7b937904265a%7Ctr%3Dimg%7Csn%3D468374%7Chk%3Ddcc7dce015d8d5cc69d29854378845bd4aa370d1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장강명 장편소설

 




몽환적인 느낌을 담은 책. 그믐의 표지를 본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이다. 실제로 그믐의 표지는 파스텔 계열의 푸른색과 사람의 다리가 잠겨있는 듯한 모습이다. 책을 추천하며 비평글을 작성하고 있는 글쓴이도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이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어렵다’는 평가를 내려줬다. 책이, 그것도 소설이 어려워봤자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내 첫 짐작은 완전히 틀렸다.


그믐은 전체적으로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찔러 죽인 남자, 학교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여자, 남자가 죽인 피해자의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는 남자가 같은 반 영훈이를 찔러 죽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남자가 보람에게 자신이 성장해 온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남자는 서투른 몸짓으로 칼을 휘두르다 제 손도 그어버린다. 그리고 여자는 칼 쥐는 게 서툴러 손을 베었다는 남자의 말에 다친 손이 아프진 않았냐고 질문한다. 첫 시작이 신선했다. 시간 배열이 뒤죽박죽이었다. 고등학생이던 소년의 회상은 어느덧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한 남자의 것이 되었다. 같은 반 친구를 찔러 죽인 남자에게 다친 손이 아프진 않았냐고 묻는 여자도 의아하게 느껴졌다. 제아무리 자극과 도발에, 끝없던 괴롭힘에 못 견뎌 친구를 찔렀다만, 엄연히 한 사람을 찔러 죽였는데.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필자의 입장에서는 꽤 오래 고민했던 부분이다. 여자는 왜 그렇게 질문했을까. 단지 남자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첫 도입부를 지나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50대 중년의 여성. 이 아줌마는 여자의 출판사에 전화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전화번호’가 필요하다고. 아줌마에 대한 정보가 없던 이 부분에서 아줌마를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왜 자꾸 이러는 걸까. 출판사에 응모한 일개 후보작품에 왜 이리 집착하는 거지? 아줌마는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한다. 그러다 아줌마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비로소 이해했다. 아줌마는 남자가 죽인 같은 반 영혼의 엄마였다. 그런데 그녀는 남자를 ‘새 아들’이라는 명목으로 따라다닌다. 남자가 사는 곳, 남자가 하는 행적…. 모든 것을 쫓아다닌다. 마치 정말 엄마라는 듯이. 아줌마와 남자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되는 부분이 없었다. 아줌마는 어떻게 남자를 마주 볼 수 있을까. 제 아들을 죽인 살인범인데. 그것도 ‘아들’이라고 부르면서. 아줌마는 남자를 살뜰히 챙기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가 반지하로 이사했다는 말에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실상 따져보면, 아줌마는 남자를 꼭 아들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다. 영훈이 생각해서, 우리 영훈이…. 아줌마의 말은 결국 남자가 죽인 제 아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아줌마는 대체 왜 남자의 옆에 붙어있으려는 걸까. 꽤 여러 번 질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은 ‘작은 복수심’이었다. 어쩌면 아줌마는 남자가 제 얼굴을 볼 때마다 영훈이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길 바랐던 걸지도 모른다. 제 아들을 죽여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남자가 죽인 아들은 어떤 아이였는지. 남자가 제 아들을 죽임으로써 한 가정이 어떻게 됐는지. 한순간도 잊지 말라는 게 아니었을까. 아줌마의 모습은, 정말이지 낯설었다.


아줌마의 아들, 영훈이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다. 남자와 여자는 그를 소위 말하는 일진, 학교폭력의 가해자라고 일컫지만, 아줌마는 아들인 그를 짓궂어도 마음 약한 아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영훈이를 ‘일진’으로 단정 지었다. 남자야 영훈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했고, 내 판단에 도움을 준 건 여자의 말이었다. 여자는 영훈과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훈의 행실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주동 인물 셋 중 둘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도 책 속의 그들을 따르기로 했다. 여기에는 영훈 엄마, 즉 아줌마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필자는 아줌마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아들이 카레를 참 좋아했다는 말에 남자가 영훈이는 카레를 싫어했다고, 바닥에 카레를 엎으며 저더러 핥아먹게 했다고 답한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아줌마는 원래 남자아이들끼리는 참 짓궂지 않냐며. 다 장난이었을 거라며 넘긴다. 아줌마는 영훈이가 일진이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리고 이 행동은 필자로 하여금 아줌마의 방관적인 태도가 영훈이를 소위 ‘일진’으로 만들었을 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게 했다.


남자는 왜 스스로를 죽였을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왜 아줌마가 죽이는 걸 그대로 두었을까. 그믐을 읽고 마지막으로 한 질문이다. 책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독자는 이 부분을 넘길 것을 추천한다. 남자는 끝내 아줌마의 칼에 찔려 죽는다. 마치 영훈이가 그랬던 것처럼. 망설이는 아줌마에게 뭘 망설이느냐는 듯한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가는 남자는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렇게 살아왔지만 사실 남자는 견디기 힘들만큼 무거웠던 것 같다. 항상 담담하고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말하는 속은 많이 망가져 있었을 거다. 그리고 남자의 죽음은 이미 암시되어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남자는 자신이 아줌마의 손에 죽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자신은 미래를 볼 줄 안다고, 자신의 끝은 어떻다고. 단정 짓는 듯한 말을 했을 것이다.


그믐은 이렇게 끝이 난다. 쓰인 형식부터 흥미로운 책이었다. 여느 책과 달리 그믐은 인물의 말과 서술하는 부분을 나누지 않았다. 책에 “ 표시를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때문에 처음엔 이게 인물의 말인지, 아님 서술된 부분인지 헷갈렸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니 되려 이 형식이 그믐을 더 빛나게 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 특유의 문체라고 생각된다. 세 인물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소 해석이 어렵다는 점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믐이 꽤 어렵게 느껴졌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기도 한다.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추천한다. 한 번쯤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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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그믐' 책 본문
[사진출처]
https://smartstore.naver.com/bookchoice/products/668009234?NaPm=ct%3Djlaye39k%7Cci%3Dffaee2c406dcd6a0f704d355853c7b937904265a%7Ctr%3Dimg%7Csn%3D468374%7Chk%3Ddcc7dce015d8d5cc69d29854378845bd4aa370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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