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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 하지만, 어떻게?

21세기에 바치는 현대판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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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산 비평단 Posted20-04-26 18:45 Comments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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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 라는 뜻의 이 라틴어는 이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이 구절의 대중화는 존 윌리엄스 주연의 1989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자칫 쾌락주의를 대변하는 말로 오해될 수 있는 카르페 디엠은 영화를 통해서 다시금 그 따스한 의미를 되찾았다.

 

조니 뎁 주연, 웨인 로버츠 감독의 <수상한 교수>는 그런 면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에 바치는 더 어둡고 무거운 찬가와도 같다. 그러나 현재에 충실하라는, 삶에 충실하라는 본질적인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일련의 사건들이 한꺼번에 한 사람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며 시작된다.

상위 1%의 삶을 살고 있던 대학 교수 리차드(조니 뎁 분)’는 본인이 폐암 말기 환자라는 사실과 6개월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다. 그러나 리차드의 불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처음 알게 되는 것은 아내의 외도 사실이고, 더 나아가 딸이 동성애자라는 것까지 알게 된다. 리차드는 딸의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이를 응원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내가 본인의 외도 상황을 폭로함과 동시에 딸의 성 지향성을 부정하면서 더 큰 혼란과 증오감을 느끼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일련의 폭로전에 휩쓸린 리차드는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가족에게조차 알려 주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임을 관객들에게 각인이라도 시켜 주려는 듯, 리차드의 불행에 관객들이 공감하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방향을 선회한다. 이제 리차드는 더 이상 고상한 대학 교수가 아니라, 지금껏 규율에 갇혀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한꺼번에 시행하는 쾌락주의자이다.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입에 가져다 대고 보는 어린아이의 순수성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는 생전 피워 보지 않았던 담배를 입에 가져다 대 보기도 하고, 아내와 이혼은 커녕 서로의 외도권을 인정하기로 하며 자신의 학부생들에게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수업을 진행한다.

그 수업이란 다름 아닌, 리차드의 인생과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었다. 사실 수업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그의 강의는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바에서 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대학의 야외에서 다 같이 마리화나를 피면서, 그리고 대학 총장의 조카와 함께 총장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학생들은 갑자기 수상한 교수로 변해 버린 리차드를 처음에는 외면하고 어색해하지만, 수업을 진행할수록 막장으로 보이는 그의 강의들 속에 진정한 인생을 영위하기 위한 진심 어린 가르침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오로지 리차드만이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리차드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과 같은 완벽한 스승의 형태로 관객들에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미숙하고, 때로는 학생들보다 더 철없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극 초반에서 리차드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현명한 스승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염세주의로 인식될 정도로 불안정하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로 인해 리차드는 하고 싶은 행위를 전부 하면서도 일말의 선을 지키게 된다. 주변 인물의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동료 교수인 피터로, 피터는 리차드의 안식년 보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편 마약과 술에 빠져 사는 리차드가 정도를 걷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그의 길을 응원해 준다. 결국 피터와 더불어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딸의 도움으로 리차드는 자신의 삶을 장악하는삶을 살게 된다.

극중 리차드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은 만족하는 삶과 쾌락주의적 삶 사이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스스로의 삶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해지는 그의 모습과 그의 영향을 받는 주위 인물들의 변화를 통해 리차드의 말년은 그의 입장에서도, 관객의 입장에서도 만족할 만한 마무리를 맞이하게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바치는 어두운 찬가라고 해도 될 만큼, 본작은 어떠한 교훈을 주는 영화들의 정석을 따라간다. 혼란스러워 하는 주인공, 그러한 주인공을 옆에서 끝까지 지켜 주는 사람들,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는 주인공과 그의 영향을 받는 다른 사람들. 때로는 어떠한 반전적 요소도 없고 순탄하게만 흘러 가는 영화의 줄거리가 다소 지루함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스토리 안에서 조니 뎁이라는 배우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연기의 정석, 그리고 1989년과 다른 2019년만의 사회 이슈들과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적절하게 코미디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높게 평가될 만 하다.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는 그의 작품 <칼레의 시민들>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며 사회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제1가치로 하는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형은 니체형 인간이라는 이름 아래 개개인이 항상 지녀야 할 덕목처럼 현대 사회에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수상한 교수>는 이를 작정하고 비틀기라도 한 듯이, 개인의 삶에 충실하면서 사회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간상을 제시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꼰대질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모두의 이익보다는 나 자신의 삶을 간직하고 지키는 것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수상한 교수>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대학 교수의 삶을 통해 21세기 현대 사회에 맞는 인간상을 블랙코미디스러운 방법으로 선사한다. 삶의 가치를 찾기 어려울 때, 그러나 동시에 희망과 빛으로만 가득한 가식적인 위로에 지쳤을 때 작은 선물이 되어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총평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 이미지 | <수상한 교수>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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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다음 영화 | 이미지 | <수상한 교수> 공식 포스터 (https://movie.daum.net/moviedb/grade?movieId=125192&type=netizen&page=3)
영상매체 최산 비평단
E-mail : san03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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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엄유찬님의 댓글

엄유찬

데드풀, 위플래쉬 둘다 정말 좋아하는 최애 영화였는데 꼭 한번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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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님의 댓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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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님의 댓글

안태희

개인의 삶에 충실하면서 사회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간상.. 정말 되고 싶은 모습입니다. 타인에게 완벽해보이기를 원하고 이로 인해 지쳐있는 요즘의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영화인것 같습니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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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님의 댓글

조수빈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책을 정말 자주 들어봤는데 영화와 함꺠 봐야겠네요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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