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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심리학으로 영화를 #3 - <남산의 부장들>

깔끔하게 관객을 사로잡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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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산 비평단 Posted20-01-26 08:33 Comments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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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이후 그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정치 체제가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치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물론 세계 각국의 역사는 정치로부터 떨어져 있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정치라는 요소가 더욱 각별하게 부각된다. 우리의 삶이 정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서일까? 한 세대가 지나 역사로 취급되는 사건들은 희화화되거나 비극화되어 마치 한 편의 픽션과도 같이 다음 세대에게 다가온다. 민주화 운동을 겪은 세대에게는 이었던 내용이 민주화 이후의 세대에게는 역사내지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다루는 문화 작품들은, 특히 영화는 이러한 사실들을 다룰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본 작품은 사실에 의거하여 각색하였습니다라는 문구를 수 차례 넣는다고 해도 관객이 직접 보고, 듣고, 읽으면서 받아들인 공감각적 자료는 인간의 머릿속에 하나의 사실로서 기록된다. 수많은 역사 기반 영화가 미화 논란혹은 폄하 논란등의 비판을 항상 받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은 아주 과감한 행보를 취했다. 바로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궁정동 암살 사건을 직접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그것도 그 평가가 현대에서도 엇갈리는 인물인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혹은 그를 극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타 근현대 영역을 다루는 영화들이 간접적으로 언급하거나 무시한 부분을 재조명한 것이다. 더 오래된 과거와 달리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아직 살아 있다’. 그의 정치적 후계자임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도처에 존재하며, 본인에 대한 역사학적 평가조차도 통일되지 않고(정론은 존재하나 그에 대한 반론 역시 여전한 상태이다)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이름 석 자가 현대 대한민국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필자가 <남산의 부장들>을 관람하기 전에는 역사 왜곡이나 특정인 미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부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영화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제작진이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많이 고심한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혹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미화하는 영화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편일률적인 미화 영화는 아니다. 관객이 극중의 요소 중 무엇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평가는 여전히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산의 부장들>의 포스터는 특이하다. 팜플렛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포스터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이 일언반구도 없다. ‘1979년 대통령 암살 사건이라는 문구와 주여 인물들의 의미심장한 대사 한 마디만이 그 내용을 암시하는 전부이다. 전반적인 흑백의 포스터에 영어로 ‘Why he puled the trigger(그는 왜 방아쇠를 당겼는가)’라는 문구만이 추가되어 있다. 마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당연하다는 듯이 전제하고 간단명료한 홍보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필자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영어 문구이다. 그는 왜 방아쇠를 당겼는가. 말 그대로 이 질문이 영화의 전체 주제이다. 실제로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암살 동기는 수많은 엇갈린 증언들이 존재하며, 사안이 사안인지라 본인의 증언만을 순수히 신뢰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 명확한 이유를 확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남산의 부장들>10.26 피살 사건으로부터 40일 전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며, 김규평(작중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의미하는 인물)의 이야기에 관객을 집중시킨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실제 역사적인 내용에서 다소 벗어나, 오로지 극중의 김규평(김부장)’ 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보려고 한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김부장의 모습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가장 먼저 극의 끝까지 5.16 군사정변을 혁명이라 부르며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 자신의 군력과 위치가 위기에 처하자 박통(작중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하며 자신에게 박통에 대한 비리를 전달한 친구이자 선배 중앙정보부장 박용각마저 별도의 세력을 통해 암살한다. 마치 극중의 인물이 나는 민주화 세력이 아니다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러한 묘사가 인물에 대한 중립성을 증대시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작중 이야기가 김부장의 시각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의 행동 동기에 공감하고 그의 이 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관객들은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귀인이란 간단하게 말해 어떤 사건의 원인을 찾는 위치이다. ‘내적 귀인은 사건의 원인을 인물의 내면에서 찾는 것이고 외적 귀인은 사건의 원인을 인물을 둘러싼 환경에서 찾는 것이다. 기본적 귀인 오류란 어떤 대상의 행동 원인을 귀인할 때 내적 요인을 과대평가하고 외적 요인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작중 김부장의 역할에 몰입하게 되는 관객은 김부장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들(외적 요인)은 다소 무시하고 김부장의 됨됨이(내적 요인)이 궁정동 피살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영화는 객관적으로 김부장이 한 행동들은 중립적으로 묘사하였지만, 관객의 극의 이입에 대한 부분까지는 완전 중립적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몰입까지 차단한다면 그것은 그 순간 픽션의 영역을 넘어선, 사실의 재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작품이 되어 버리므로 인용하도록 하자.

 

두 번째로 알아볼 심리적 요인은 바로 정보량의 차이에 따른 반응의 차이이다. 작중 김부장은 직접 실시한 도청을 통해 박통과 경호실장이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곧이어 자신이 권력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렇기에 김부장은 그 다음 날 열린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권이 약해지는 것을 보고도 납득하는 듯한 표정을 자주 짓는다. 이것은 사건의 결과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할 수 없는 A사건이 존재한다고 하자. 어떠한 대처를 해도 인물은 A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지만 사건의 내용을 알고 A사건을 맞이하는 것과 사건의 내용을 전반적인 것조차 모르는 것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정보가 제공된다는 것은 뇌가 그 과정을 합리적으로 추론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사건의 정보를 미리 입수한 인물은 이를 납득하고 받아들이거나 이에 반발할 수 있다. 어느 쪽으로 행동하든, 정작 A사건 자체에 직면하였을 때에는 당혹감을 제외한 다른 사고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중에는 단연 김부장뿐만이 아니라 비밀을 다루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비밀로 누군가를 협박하기도 하고, 협조를 구하기도 하고, 약점을 잡기 위해 비밀을 수집하기도 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략을 위한 각축전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정보의 수집을 간절히 원하는 인물들의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본작에서도 특정한 두 인물이 대치할 때, 심심찮게 비밀(정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측이 우세하다는 묘사가 나오고는 한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위험한 계급의 차이인 정보를 인간관계를 통해 훌륭하게 묘사하였다고 평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남산의 부장들>은 심리학적으로 살펴볼 요소가 매우 많다. 경호실장의 박통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 100만 명, 200만 명, 300만 명이란 기하급수적인 숫자를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는 독재정권의 모습을 통한 독재자의 심리들, 단순한 수치 자료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이러한 면모들을 모두 부각하고 다루기 위해서는 영화 전체를 장면마다 멈추어 가면서 설명해야 할 것이므로, 가장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두 개의 대표적인 개념만 가져오도록 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남산의 부장들>은 부정할 수 없는 수작이라는 것이다. 설득적인 영화는 설득적인 심리학적 근거를 항상 기반에 두고 있으며, 본작 또한 그러한 요소들이 충분히 뒷받침되어 있다. 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다시 한 번 고찰하게 만드는 소재를 이용하여, 사회학적인 가치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학문적 개념을 떠나서, 무엇보다도 다양한 소재들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음력 11일이 갓 지났다. 새로운 한 해를 여는 영화로, 경자년의 아침을 밝히는 영화로 <남산의 부장들>을 심도 있는 자세로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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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 "남산의 부장들" | 이미지 | 공식 포스터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76306&imageNid=6678421)
영상매체 최산 비평단
E-mail : san03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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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엄유찬님의 댓글

엄유찬

단순한 수치 자료에 의존하는 데에 대한 위험성 등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서도 심도있을 내용이 상상이 가네요.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박정희 이름 석자가 큰 영향을 가진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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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님의 댓글

조수빈

남산의 부장들을 아직 안봤지만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데 이렇게 심리학과 관련지어 비평글을 써주셔서 인상깊게 봤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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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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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연님의 댓글

한송연

저도 이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 속 장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주시니 더 새롭고 인상깊게 느껴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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