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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2>

말레피센트는 허구 속의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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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우성 비평단 Posted19-10-20 19:38 Comments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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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2>(원제 Maleficent: Mistress of Evil)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각색한 2014년 개봉해 흥행 면으로 쏠쏠히 재미를 본 <말레피센트>의 후속작이다. 1편으로도 완결성을 갖춘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5년 만에 돌아온 말레피센트의 이야기는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여러 설정과 더 커진 스케일 속 확장된 이야기로 속편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족한 스토리텔링이 말레피센트 2의 날개를 붙잡는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찾아본 로튼토마토의 호평 비율이 낮고 왓챠에서의 평가가 영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를 전부 내려놓고, 아무런 감정 없이 영화를 보았다.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볼까’면서 말이다. 솔직히, 이런 태도는 영화에게 사과하고 싶다. 정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괜찮게 보았다.

더 커진 스케일과 시각 효과는 말레피센트 2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 중 하나이다. 언제나처럼 압도적인 바탕으로 디즈니는 판타지 세계를 정교하게 구현해내었다. 특히 전작에서도 돋보였던 무어스 왕국과 요정 캐릭터들의 디자인에 큰 정성을 기울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 전반적으로 영상의 색감이 돋보였으며 각 세력의 특징(압도적인 힘과 기동력, 마법을 쓰는 다크 페이와 기술과 전술을 내세운 인간)을 잘 살려 박진감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 말레피센트의 활약을 부각하는 후반부 전쟁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시각 효과는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캐릭터와 배우의 연기 역시 이 영화의 가치를 드높여준다. 전편에서도 그랬듯, 재해석된 말레피센트의 지존을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나가는 안젤리나 졸리의 압도적인 활약은 물론, 오로라 공주를 연기한 엘르 패닝의 물오른 비주얼은 역시 매우 훌륭하다. 그 외에 조연 캐릭터 중 디아발과 게르다가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원제는 ‘말레피센트: 악의 여주인’이지만 ‘말레피센트와 악의 여주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사악한 잉그리스 왕비의 캐릭터가 강력했다. 미셸 파이퍼의 진지하고도 차가운 연기로 생명력과 설득력을 얻은 잉그리스는 전작의 스테판 왕과 달리 밑도 끝도 없는 사악함으로 관객을 자극하고 몰입을 돕는다. 나름 이유도 있다고는 하지만 압도적인 권력으로 무장하고 특유의 사악함으로 어필하는 무서운 악당이었다. 비록 몇몇 캐릭터들은 평면적이고 몇몇 캐릭터들의 태세 전환이 당혹스럽긴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와 미셸 파이퍼의 활약을 필두로 각자 역할에 맞게 최선을 다한다. 훌륭한 캐스팅은 서술한 시각 효과와 결합하여 비주얼적으로 굉장한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스토리적인 측면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름 기승전결과 갈등 구조를 잘 갖추고 있지만 문제는 바로 매끄럽지 못한 후반부와 부족한 개연성이다. 특히 개연성 측면에선 극의 진행이나 영상적 임팩트를 위해 설득력과 실용성(특히 오르간 연주 장면)을 희생시켰다. 이 부분은 관객마다 포인트가 다를 수 있는데, 스토리를 보는 사람이라면 중반부가 지나면 어이가 점점 없어질 것이고 오락성을 보는 사람이라면 빠른 전개와 화려하고 인상적인 영상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후반부의 갑작스러운 피닉스의 등장이나 대사 몇 마디에 정말 뜬금없는 태세 전환과 결말은 황당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사랑과 조화를 강조하고 권선징악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한들 동족을 잔인하게 고문한 요정 과학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불편함까지 남는다. 디즈니의 ‘무조건적인 해피 엔딩’이라는 강박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통틀어 최후반부의 설득력 없는 전개가 매우 아쉽다.

그리고 다크 페이 종족의 등장이 극에서 붕 떠있거나 온전하게 녹아들지 못하다는 느낌도 있다. 완전히 격리되어 살아가는 것이 다크 페이 종족의 특징이지만, 본작의 세계관은 인간 세계와 요정 세계로 이분되어 있다. 주인공 말레피센트와 오로라는 두 세계를 넘나들며 두 세계와 극의 균형을 유지하지만 다크 페이 종족은 우리가 봐오던 세계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인간과 다크 페이 사이엔 영화 속에서 유기성이 부족하여 대사 이외에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갈등과 긴장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렇듯 말레피센트 2는 관객이 오락성과 스토리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재밌게 볼 수도, 정말 재미없게 볼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갈리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본 작에서 ‘악’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인상적으로 보았다. 말레피센트는 비록 과거에 잘못을 했더라도 엄연히 선행을 하였지만 본인의 성품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세상에는 좋은 부분만 잊히고 나쁜 부분만 기억되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배타성을 강조하는 잉그리스의 ‘증오할 대상이 있어야 단결할 수 있다’라는 논리는 말레피센트의 캐릭터와 이어져 ‘집단의 단결을 위해 남을 무조건적인 악으로 삼는다’라고 이어진다. 세계가 이분된 영화 속에서는 이렇게 갈등이 되는 대상이 명확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소통 매체가 발달한 현재에서 어느 집단, 어느 대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섬뜩하기도 했다(대표적으로 악플러). 영화 속에서 갈등의 폭발은 허구 속 전쟁으로 이어지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비참하고 슬픈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비슷한 성격의 뮤지컬 <위키드>와 전편, 그리고 본작에서 말하듯이 타인을 무조건적인 증오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현실에 대해 깊이 되돌아봐야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판타지 속 사랑과 조화라는 정서가 여전히 가치있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의 사람들이 그만큼 지쳐있고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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