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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들이 서로를 알아볼 때”

영화 ‘다른 길이 있다’를 보고 던지는 질문. ‘그래서 다른 길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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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비평단 Posted19-02-28 22:48 Comments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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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 배우에게 실제 연탄가스를 흡입할 것을 지시하고, 위태한 얼음 위를 걷게 하고, 설탕 유리가 아닌 실제 유리를 깨게 하는 등 감독의 무례하고 무리한 요구로 인하여 논란의 소지가 있었으며, 이러한 태도를 옹호하거나 용인하지 않음을 명시합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먼저 이 영화를 본 후, 글을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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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들이 서로를 알아볼 때, 다른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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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수완에게 구해져 자살에 실패한 뒤 구급차를 타고 실려 가는 정원. 수완은 그 옆에 앉아 깨어난 정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정원도 마찬가지이다. 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정원의 눈물이 왜 살렸니하는 분노의 눈물이고, 수완의 눈물은 미안해요하는 죄책감의 눈물이라고 느꼈다.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춘천에 모인 두 사람은 그렇게 다시 삶의 손바닥 안으로 발을 들인다. 아니, 끌려 들어간다.

혼자서 행한 자살에 실패한 수완은 또 다른 곳에서 자살하려는 정원을 구하고, 마주보며 눈물을 흘린다. 감독은 이 장면으로 하여금 다른 길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러닝타임 대부분을 고통스러운 두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데에 썼기에, 이정도의 희망은 메시지가 되기엔 부족했다.

감독이 주고자 하는 다른 길이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주기 위해서라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영혼으로 위로받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있다거나 하는 확실한 희망적 서사를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서로가 동반자살을 약속한 그 사람이라는 것을 모른 채, 상대의 불행을 알아본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죽음을 약속한 시간에 중도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며, 어쩌면 죽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이는 부족했다. 성사되지 않았으며, 짧고 모호했다. 순간의 연정이 불행한 삶을 갑자기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없듯.

지금의 엔딩을 보면 , 어쩜 좋나. 두 사람이 다시 그 불행한 삶으로 떠밀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

그러나 이 영화는 실패한 영화인가?

이 질문에는 확실히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현실에 굴복하여 무의미하게 살던 두 사람이 죽음을 결심하고, 그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연대한다. 그렇게 각자 떠난 여행에서 두 사람은 따로 다니면서도 같은 것을 본다. 그것은 잔인하게도 죽음을 결심한 순간에서야 보이기 시작하는 일상적인 것들이다. 사람의 친절, 계절의 변화... 그런 것들. 그러나 매 순간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그들에게는 너무도 낯설고 생경한 일상. 두 사람은 닿을락 말락 스쳐 지나다가 미니 콘서트장에서 다시 만난다.

 

우리 만난 적 있죠?’

스친 적,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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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충동적으로 얼음을 걸어가다가 웃고 있는 눈사람을 때려 부수는 수완의 모습이 나온다.

수완은 늘 잔잔하게 말하고, 무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그랬던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역동적 액션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고작 눈사람을 때리는 일이라니. 수완이 얼마나 억눌려 살아왔는지 몸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정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으려고 피워둔 연탄불에 손을 녹인다. 곧 죽을 텐데 손 시린 게 뭐 대수일까, 싶다가도, 늘 어머니를 간병하고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던 정원의 기이할 정도로 이타적인 삶.

그 속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이기적으로 결심한 것은 죽음 뿐이다. 이마저도 정원은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겨질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을 망설인다. 그랬던 정원이 연탄불에 손을 녹이는 평화로운 그림이 그녀의 이기적 결심과 일맥상통하며 인상 깊게 느껴졌다.

이처럼 이 영화는 작은 장면이나 대사에서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사람들은 이 영화가 느린 호흡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빠른 영화라고 느꼈다. 매 장면 하나하나에서 수완과 정원의 절망과 우울, 죄책감을 보았다. 쉴 틈 없이 몰아쳤다. 스토리 진행은 느리지만, 감정의 흐름은 무엇보다 빠른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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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은 말한다. 스친 적 있다고.

이 문장은 그들의 관계를 관통하여 보여준다.

들은 스쳤다. 그러나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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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내게 분위기도 작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했다.


이 점에서 감독은 배우에게 빚진 것이다.


그 무례한 요구를 들어가면서도 작품을 끝까지 완성해낸 두 배우. 김재욱 (수완 역)과 서예지(정원 역)의 연기력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들은 죽은 눈빛으로 죽은 연기를 해낸다. 조창호 감독은 배우를 배우답게 바라보지 못하는,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감독이었다. 배우는 연기하는 사람이다. 연탄가스 마시는 연기, 창문 아프게 깨는 연기... 다 할줄 알아서 배우인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배우를 믿지 못해 리얼한연기를 원한다는 목적으로 실제 연탄가스를 마시게 하고 창문을 맨손으로 깨게 한다. 확실하지 않은 엔딩과 흐릿한 메시지를 갖고도 이렇게 크고 무거운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유명해지지 못한 데에는 감독의 태도도 한 몫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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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정원이, 수완이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고 느낀다면, ‘다른 길이 있다’.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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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네이버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영상매체 김민정 비평단
E-mail : overdose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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