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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천국을 위한 우리들의 천국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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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시연 비평단 Posted19-09-29 15:32 Comments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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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진=네이버도서]​

나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에 조백헌 원장이 부임해왔다. 조원장은 초반부터 이전의 원장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나환자들을 위한 진정한 낙토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곳에 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자 하지만, 막상 원생들의 태도는 덤덤하다. 그동안 수많은 원장들이 낙토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동상을 세웠던 만큼 그들은 당연하게도 조원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 끝에 조원장은 첫 번째 사업인 축구단 결성에 성공하고, 점점 원장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된 원생들은 그의 다음 프로젝트인 오마도 간척사업에도 의지를 갖고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바다를 메우는 일은 쉽지 않았고 태풍이 지나간 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간척 사업에 대해 원생들은 의지를 잃어가고 만다. 그러던 도중 도 당국에 의해 조원장은 전임 발령을 받게 되고 오마도는 당국에 인수될 위기에 처한다. 조원장은 어떻게든 사업을 완성시키고 섬을 떠나려 했으나 끝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섬을 나가게 된다. 그렇게 7년이 지나고 조원장은 다시 섬으로 들어와 민간인의 신분으로 살게 되며 건강인 서미연과 병력자 윤해원의 결혼을 언급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인상 깊은 부분

올랐던 방둑이 태풍으로 인해 가라앉고 조원장은 강력한 지시문을 내거는데, 그 지시문에 따라 묵묵히 일하던 원생들이 일으킨 배반극에 대한 내용이 가장 인상깊었다.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책의 흐름에 맞게 조원장의 입장에서 해당 사건을 생각해보았었다. 조원장은 이 사업에 엄청난 공을 들이며 오마도 간척이 원생들의 천국을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온 바 있다. 그렇게 자신과 원생들의 노력이 담긴 사업이 한 순간에 허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원장은 굉장히 착잡했을 것이다. 그런데 원생들이 몰려와 자신을 희생시키려 한다면, 조원장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동시에 화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조원장의 심정에 이입하니, 원생들의 행동이 배반극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고, 원생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조원장은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독자로서 보기에 이 사업의 주체는 원생들이 아닌 조원장이다. 단지 원생들은 조원장의 지시에 맞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생들이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만 했다는 것은 아니다. 간척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일을 완성시키고자 했으며 누구보다 그 일이 완성되기를 바랐던 것도 원생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원생들이 원하는 진정한 천국이 이것일까?’라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원생들도 간척 사업을 통해 천국을 만들고 싶어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조원장이 원생들을 보고 느낀 것이었지 원생들의 속마음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 원생들의 생각과 원생들의 속마음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이 가장 잘 표출된 것이 바로 이 장면, 그러니까 책에서는 배반극이라고 말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조원장의 입장과 원생들의 입장이 상이하게 드러나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고 이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다.

 

기억할 문장

이 섬에 관한 한 그 철조망은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근원적으로 원생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원장님께서도 충분히 짐작하고 계시겠지요. 아니 원장님께선 사실 그 눈에 보이는 철조망을 제거하심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더 높고 튼튼한 철조망으로 섬을 은밀히 둘러싸고 싶으셨는지도 모릅니다.

조원장을 경계하며 비판하는 인물로서 비판적 지식인을 대변하는 이상욱은 조원장에게 긴 편지를 남기는데, 나는 그 속에서도 위의 문장이 책의 핵심 내용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조원장은 건강인 지대와 병사 지대를 막고 있던 철조망을 철거함으로써 표면적인 분리를 없애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 간 분리가 사라질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철조망은 조원장의 전체 사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조원장은 원생들의 낙토를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곳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노력들은 의도든 아니든 원생들을 환자로 규정하고 환자들을 위해 특화된 천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의 전체 내용과 연결시킬 수 있는 만큼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볼 내용

이 책의 제목인 당신들의 천국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들의 천국이 의미하는 것은 조원장이 당신들, 즉 원생들을 위해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 원장이 만들고자 하는 천국을 의미할 것이다. 이와 상반되는 개념인 우리들의 천국은 원생들이 원하는, 원생들에게 있어서의 진정한 천국일 것이다. 당신들의 천국과 우리들의 천국은 완전히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두 단어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원장의 천국과 원생의 천국이 일치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조원장은 그가 생각하는 천국이 곧 원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천국이라고 생각하며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원생들이 그것을 진정 우리들의 천국으로 여겼는지는 모를 일이다. 만약 아니라면, 당신들의 천국과 우리들의 천국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나가며 하나로 일치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거나, 영원히 일치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와 연결 짓기

당신들의 천국1960년대에서 1970년대의 대한민국을 고스란히 옮겨 섬 안에 적용시켰다는 평을 받는 책으로, 실제로 박정희 독재 정권 시기를 연상시키는 몇몇 장치들이 존재한다. 단편적으로 보자면, 박정희를 대변하는 인물은 조백헌 원장이며 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원생들로 대변된다. 나는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도 특히 조백헌 원장의 오마도 간척 사업에서 박정희 정권을 연상시킬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새마을 운동을 이끌었고 조백헌 원장은 원생들의 낙토를 건설하겠다는 목표 아래 오마도 간척 사업을 이끌었다. 두 사업 모두 취지와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국민들이나 원생들이 수동적이고 소외당하는 존재로 전락하였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사업에 열심히 참여하여 좋은 성과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텐데도 새마을 운동에서의 사회적 약자들은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받았으며 오마도 간척 사업에서의 원생들은 조백헌 원장의 목표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물론 책에서의 원생들은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는 점, 자신의 목표로 삼아 낙토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조금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책에서 나타나는 양상에서 자연스럽게 두 사업은 겹쳐 보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해당 책을 한국 정권을 잘 묘사한 책이라고 평가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 책의 나환자, 즉 한센인들에서 현재의 혐오 문제를 떠올릴 수 있었다. 당시 한센병 환자들은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였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환자들이 살아가는 곳과 건강인들이 살아가는 지역 사이에는 철조망이 존재했고, 환자 또는 병력자로부터 태어난 아이는 부모와 격리시켜 한 달에 한 번씩만 면회를 할 수 있도록 규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숱한 차별을 받아왔으며 사람들의 편견 담긴 시선을 올곧이 받아내야만 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제는 병자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져서 다행이다.’ 등의 현재에 대한 안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편견이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또는 혐오문제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 설립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 장애인 주위에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 등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내비치며 알게 모르게 차별을 행하고 있다. 비단 환자, 또한 장애인들에게의 편견뿐만이 아니다. 현재 대두되는 여성혐오, 남성혐오 문제부터 시작해서 어린이 혐오, 노인 혐오 등 말도 되지 않는 혐오 문제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며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고 이제는 한센병이 없으니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기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또다른 편견, 차별,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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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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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매체 오시연 비평단
E-mail : ocean9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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