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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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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원 비평단 Posted19-03-28 00:51 Comments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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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기에 앞서, 솔직한 사실을 하나 고백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시 읽기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좋아하는데, 정작 제대로 아는 시는 한 편도 없다. 우리 집의 내 책장에는 시집이 단 한 권도 없고, 내가 평생 읽어 본 시라곤 백석, 이육사, 김소월 같은 이름을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명한 민족 시인들의 교과서에 실린 시 몇 편이 전부이다. 그만큼 시는 나에게 있어 결코 친해질래야 친해질 수 없는, 어렵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시험을 보기 위해 시의 해석과 주제, 풀이를 달달 외웠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날아가고 말았다. 솔직히 조금 궁상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간단한 한 마디면 끝날 말을, 왜 굳이 에둘러 한단 말인가. 때로는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도 있었고, 수수께끼 같은 비유와 상징들은 아름답게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를 포함하여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소수만이 느끼고 음미할 수 있는 시의 아름다움이란 어울리지 않는 사치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만 눈에 밟히는 한 시인이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시인’, 윤동주이다.

내가 윤동주와 그의 시를 처음 만난 것은, 배우 강하늘이 출연한 영화 <동주>를 통해서였다. 그때까지 내가 윤동주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의 이름 석 자와 그가 일제 강점기를 살았다는 것, 그리고한컴 타자연습에 타자 연습용 지문으로 자주 등장하는 그의 시별 헤는 밤이 전부였다.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그저 가볍게 영화 한 편을 볼 심산으로 <동주>를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쓸쓸한 흑백 필름 위로 청년 시인 윤동주의 삶이 펼쳐졌다. 영화 속에는 주인공동주역을 맡은 강하늘이 시를 쓰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는데, 그럴 때마다 강하늘은 직접 목소리를 내어 윤동주의 시를 낭송하곤 했었다. 물론, 내가 시의 내용이나 영화의 줄거리보다 주연 배우 강하늘의 잘 생긴 외모에 치중하여 영화를 보았던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가 귓가에 다가왔다. ‘별 헤는 밤서시를 비롯하여, ‘자화상’, ‘참회록’, 그리고쉽게 쓰여진 시까지. 아주 잠시였지만 그 때 처음으로 시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의 시를 읽으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시 속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펼쳐지는 듯했다. ‘별 헤는 밤에 등장하는, ‘가을로 가득 찬 하늘은 어떤 하늘일까. 애국가에 등장하는 공활한 가을 하늘처럼, 맑고 깨끗하게 높은 하늘에 박힌 작은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빛나는 하늘일 것이다. ‘자화상에 등장하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는우물은 또 어떠한가. 마찬가지로 잔잔하게 일렁이는 깊은 우물 속에 비치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어쩐지 슬퍼 보이는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산 모퉁이를 돌고 돌아 논가의 외딴 우물을 찾아갔다가, 우물 속에 비친 제 모습이 부끄럽다가도 안쓰럽고, 밉다가도 그리워져 우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안타까운 그의 자기 학대와 자기 연민 사이의 감정들이 전해져 와 가슴이 먹먹해지고,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간은 본래 고난의 상황에서 본인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 가장 큰 무력감을 느끼는 법이다. ‘이름을 빼앗기고 현실에 의해 날개가 꺾이고을 잃었고 무력하고 나약한 자기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우나 시는 더 없이 쉽게 쓰여 졌을 때, 그는 과연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까. 자화상속에서, 늦은 밤 홀로 논가의 외딴 우물을 찾아갔을 때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하고자 하였으나 끝내 무력한 자신만큼은 사랑할 수 없었던 시인의 감정이 시 속에서 그대로 배어 나와 나와 같은 읽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나는, 우리들은 왜 시를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고 외우려 했을까.

윤동주의 시들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시인으로 불리우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청춘의 그는 지극히 인간적이었으며, 평범했다. 자기 학대와 자기 연민, 그 두 감정의 어중간한 경계선에 서 있는 그는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다. 모두가 투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현실에 안주하고, 누군가는 맞서 싸우며, 또 누군가는 하루하루를 성찰하고 반성하며 옳은 길로 나아가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다. 시인으로서의 윤동주는 비범했지만 인간으로서의 윤동주는 평범했다. 그는 잘난 척하는 우등생도 아니었고, 패배감에 찌든 낙제생도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때로는 성적이 뜻대로 나오지 않는, 성실하고 착한 학생을 닮은 이였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나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게 만든 요인일 것이다.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윤동주가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 아홉 살로 생을 마감한 지, 벌써 74년이 지났다. 하늘에서도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시들을 쓰고 있을까. 그리운 이들은 만났을까.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하늘의 '' 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가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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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정재찬, <그대를 듣는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인쇄매체 김예원 비평단
E-mail : yewonkim04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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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안태희님의 댓글

안태희

시를 읽으며 단순히 시에서 오는 감정에만 빠졌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한 구절, 한구절에 담긴 그림과 마음을 생각하며 읽으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동주라는 시인을 다시한번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만큼 더 알아가고 싶네요. 이제 저도 그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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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연님의 댓글

나하연

윤동주의 인간적 모습과 자기성찰적 시선이 오늘날 우리가 가지지 못하는 무언가를 채워주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좋은 글, 잘 읽고,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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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연님의 댓글

오시연

저도 윤동주 시인을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윤동주의 시를 단지 형식적으로, 시험을 위해서만 배우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입니다. 학생들이 비평단님처럼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시를 이해하고 시에 담긴 의미를 진정으로 느껴볼 수 있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동주> 영화도 정말 작품성 있는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 영화가 더 알려져서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네요.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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