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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잉여인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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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쇄매체 박서영 비평단 Posted18-08-31 22:12 View41회 Comments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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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란 쓰고 난 후 남은 것이라는 뜻으로, ‘나머지로 순화되어 쓰이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제목인 잉여인간은 아무데도 쓰이지 않는 필요 없는 인물 정도의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잉여라고 지칭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뿐더러 예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작가가 잉여인간이라는 제목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일까?

만기 치과의원 원장인 서만기는 번듯한 용모에 뛰어난 의술, 훌륭한 인격을 갖추었다. 그리고 간호사 홍인숙은 그런 만기를 존경하고 흠모하여 성심을 다하여 만기를 돕는다. 이 병원에 아침마다 출근하는 인물에는 만기의 중학 동창인 채익준과 천봉우가 있는데, 이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익준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 기사를 보면 비분강개하며 부정적인 사회 현실을 개탄한다. 반면 봉우는 익준과 대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신문도 기사 제목을 대강 볼 뿐이고 익준의 연설에 대꾸하는 법도 없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그림자처럼 앉아 잠을 잔다. 이러한 봉우가 눈을 빛낼 때는 간호사 인숙을 볼 때뿐이다. 인숙이 퇴근하면 집까지 따라가고 인숙의 모습이 골목길로 사라지면 풀이 죽어 발길을 돌린다. 만기는 이런 동창 둘을 내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만기가 세 들어 있는 치과의 건물주이기도 한 봉우의 처는 만기를 유혹하다 거절당하자 월세 계약 만료를 통보한다. 이때 익준의 어린 아들이 와서 엄마가 병으로 죽었고 익준은 연락이 되지 않음을 알린다. 만기가 급전을 융통하여 장례를 치른 후에야 공사판에서 머리를 다친 익준이 돌아온다.

잉여인간1958년 발표된 손창섭의 소설로서 한국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혹자는 주인공들이 나태하고 무능력하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 상황을 살펴보면 그들의 '잉여로움'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쟁의 상처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려웠다. 일자리는 부족했고, 사회제도는 정비되지 못했으며 온 국민이 가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들의 모습이 이상적이라거나 본받아야 할 인간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먼저 익준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는 여섯 식구를 부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번번이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그 덕에 익준의 처가 집안을 먹여 살리지만 병에 들어 죽고 만다. 작가는 이러한 익준을 통해 현실과 타협하며 편하게 살아가야 할지, 아니면 신념을 지키며 어렵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익준은 도처에 비리가 가득한, 부조리한 사회의 현실에 눈 감은 채로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야 했을까? 이는 쉽게 단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익준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 바로 봉우이다. 그는 그의 처가 바람을 피든, 자신의 뒷담화를 하고 다니든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제공하는 데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봉우의 처의 행동거지는 분명 도에 어긋나 있다. 엄연히 남편이 있는 몸임에도 다른 남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심지어는 봉우의 친구인 만기까지 유혹하기 위해 온갖 행동을 일삼는다. 억지로 용건을 만들어내 만기를 다방으로 불러내기도 하고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한 척 안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만기가 넘어오지 않자 그녀는 월세 계약 해지 통보를 하면서 그에게 최신식 기기를 마련해주겠다며 유혹한다. 봉우의 처는 부도덕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며, 오히려 뻔뻔하기만 하다.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에는 법적 제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봉우의 처와 같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법규가 개선된 현재에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 여전히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횡포를 부리며, 그에 합당한 벌을 받기는커녕 '잘 먹고 잘 자며'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실례이다. 경제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고, 그로 인한 부조리함은 사회 깊숙한 곳을 파고들며 더욱 악화되고 있다. 만약 봉우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아마 어느 누가 비리를 저지르건, 옳지 않은 행동을 하건 자신의 이익에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에게 잘 보여서 편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부조리한 세태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을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는 결국 피폐해진 채로 방치될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도모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잉여인간'이라고 지칭한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잉여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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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 출처 = 없음 >
[사진출처]
< yes24, 잉여인간(손창섭), http://www.yes24.com/24/goods/1796562?scode=029 >
인쇄매체 박서영 비평단
E-mail : psyoung01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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