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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범위

<허삼관 매혈기>에서 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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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정 비평단 Posted18-07-08 17:54 View145회 Comments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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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삼관 매혈기>의 책 내용은 상당히 불편하다. 남자 주인공 허삼관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보여주는 몰상식함 때문이다. 특히 강간이나 불륜 등에 대한 비도덕적인 가치관은 미투 운동 등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이 고취되어 있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더욱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한다. 이 소설은 1950~60년대 ‘대약진시기’, ‘문화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겪는 중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시기의 중국은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고,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삶 역시 피폐하고 처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나서야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평범한 일상처럼 묘사되어 있는 소설 속 풍경들과, 악착스러운 생존이 도덕이나 윤리에 앞서 있는 듯 보이는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게 된다.

 

   코미디처럼 보이는 허삼관과 주변 인물들의 피 파는 과정 역시 그러하다. 허삼관과 함께 피를 파는 인물들은 모두 특정한 의식을 거친다. 피를 팔기 전에 몸 속의 피를 늘리기 위해 배가 아프고 이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마신다. 그리고 피를 뽑기 전까지는 절대로 오줌을 누지 않는다. 그런다고 피의 양이 늘어날 리 없는 이런 ‘의식’ 때문에 방광이 터져 죽는 사람도 생겨난다. 인물들의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이는 그 만큼 그 시대를 살아냈던 중국인들의 삶이 절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처절하게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는 단지 자기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소설 속 대다수 인물들의 생존 의지는 가족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그들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의 근원인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 가는 것이다. 허삼관 역시 일락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피를 판다. 거듭해서 피를 팔다보니 힘이 빠지고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몸에 오한이 들어 아무리 두꺼운 이불을 겹겹이 덮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 상태가 된다. 눈물겨운 부성애이기는 하지만 사실 아버지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 일상에서 그리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의 중요한 포인트는 허삼관이 일락이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겪는 갈등의 해결 방식에 있다. 허삼관에게 피를 판 돈이란 실제 피를 나눈 자신의 혈육에게만 나누어 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친아들이 아닌 일락이에게 피로 번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은 허삼관이 받아들이기 힘든 가치 체계이다. 하지만 허삼관은 일락이에 대한 부성애를 깨닫고 피로 번 돈을 결국 쓰고야 만다. 허삼관의 이러한 행동은 그에게 있어 가족의 범위가 단순한 혈연 그 이상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때 허삼관의 행동이 주는 감동은 그가 애초에 몰상식하고 비도덕적인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지닌 인물로 설정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더 배가 된다. 즉 허삼관은 혈연을 넘어선 가족의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만한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희생해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소중한 존재가 꼭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어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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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없음
[사진출처]
Daum 책-<허삼관 매혈기>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71847244
인쇄매체 박연정 비평단
E-mail : tontoni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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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사무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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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찬님의 댓글

문예찬

안녕하세요 대학생 멘토단 문예찬입니다.

  우선 책의 내용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한 것은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서론에서 허삼관의 성격과 가치관을 나열하여 자신이 느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평문을 쓸 때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느낀 느낌을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비평문의 본질이나 목표입니다. 비평문의 내용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잘 정리했고 그 과정과 연결고리 또한 좋았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쓴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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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은님의 댓글

전영은

예전에 '허삼관 매혈기'라는 책을 읽었을 때에 저도 피로 통하지 않았음에도 희생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주제로 받아들였었는데, 다른 각도에서  비판한 이 글이 신선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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