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미디어비평        인쇄매체

김동인의 '감자'

김동인=친일파?

페이지 정보

By 인쇄매체 김지윤 비평단 Posted18-06-24 23:27 View125회 Comments2건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클립보드 복사

본문

김동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동인지인 창조를 통해 등단하여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등 많은 소설을 발표한 한국의 대표 작가이다. 김동인의 소설은 특히, 한 사람의 작품을 연달아 읽어도 각각의 독특한 특징이 두드러져 질리지 않고 흥미롭게 읽힌다.

그런데, 김동인의 작품들을 여러 개 읽고 난 뒤 한참 지나서, 김동인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록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동인이 사실 김동인이 한때 친일문학을 했기 때문에 비록 잠시 굴복하기는 했지만 친일행위에 앞장 선 이광수 등을 비판하고 천황 불경죄 등의 죄목으로 옥살이를 한 점 등은 그가 본래 친일 성향을 지닌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을. 실제로 그의 작품들에 친일적인 요소가 드러나지 않아서 이광수의 무정을 읽었을 때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감자역시 친일의 성향을 띠기보다는 복녀의 삶을 통해 빈민층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함께 처량함을 느끼게 한다.

 

복녀라는 이름은 복스럽고 탐스러운 느낌을 준다. 실제로 복녀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순수하면서도 기품 있었다. 비록 가난했지만, 물질적으로 갖지 못한 부를 혼자 안고 있는 것처럼 그 얼굴에는 생기가 넘치며 정직하고 도덕적인 아이였다. 그러나 그녀가 열다섯 살이 되면서 그녀는 그녀의 진솔한 웃음을 짓지 못하게 된다.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동네 홀아비에게 고작 팔십 원에 팔려 시집에 가게 된 것이다.

복녀 본인의 어린 시절의 사랑스러움은 드러나지만 그녀가 구체적으로 가족과 보낸 시간들은 자세히 묘사되지 않는다. 그저 또래 처녀들과 하하호호 어울리던 장면만을 잠깐 언급할 뿐이다. 복녀는 비교적 양반스러운(지적이고 도덕적인 성품을 지닌) 농민 가정에서 자라 막연한 기품은 지니고 있지만, 뚜렷하지는 않다. 가정은 우리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곳으로, 가족과 함께한 추억은 홀로서기를 할 때 겪는 각박한 생활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러나 팔십 원에 팔려간 복녀는 가정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고된 생활 속의 그녀를 안착하게 도와주지 못한다. 그리고 복녀 가족이 비록 가난하기는 했지만, 복녀와 맞바꾼 팔십 원이 남은 가족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그녀는 왜 없는 돈을 헤프게 쓰는 늙은 남자에게 시집가야만 했었는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리 당시에 여자는 가문을 잇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가족에 관한 추억 하나 남기지 않는 건, 혹은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을 틈새조차 없었던 건, 너무 처량하고 안타깝지 않은가.

하긴, 그녀가 앞으로 함께 할 가정을 이루는 남편이란 놈이 돈도 잃고 신용도 잃었으면서 일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잉꼬부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감 주어지는 대로 꼬박꼬박 일을 하면서 가정과 동네에 정착을 해야 진짜 가정이 되는 것인데, 게으른 남편 때문에 일이 남아있지 않아 이리저리 발바삐 다니다가 결국 칠성문 밖 빈민굴이라는, 헤어나올 수 없는 불행에 헛기대를 품고 자리 잡게 되지 않는가. 이곳에서 복녀는 마지막 남은 그녀의 순수함과 기품을 송두리째, 평생 잃어버린다.

복녀는 5년 동안이나 일하지 않는 남편을 데리고 입에 겨우 풀칠을 해가면서도 그녀 주변의 빈민굴 여인들처럼 몸을 팔지 않고 선비정신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꽃다운 나이 열아홉에 다 늙은 아저씨를 먹여 살리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웠을까. 함께 살면서 정분을 나누기는커녕,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기 시작한 순간 이미 결말은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을수록 커지던 불안한 마음은 결국 복녀가 죽음으로써 더욱 검어졌다. 그리고 3일 동안 흙에 묻히지도 못한 채 자기 위로 돈이 오가는 것을 지켜봤을 복녀. 갓 스물을 넘긴 복녀의 죽음에 왕 서방은 오십 원을 넘기고 자리를 떴다.

물론 복녀의 죽음을 복녀 자신이 초래한 일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혼한다는 왕 서방네 집에 찾아가 신부를 걷어찬 것도 복녀, 울면서 낫을 휘두르며 위협한 것도 복녀 자신이지 않냐며. 왕 서방이 자신을 보호하다 일어난 비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왕 서방이 정말 떳떳했다면 새신부라는 증인도 있겠다 굳이 복녀의 남편과 한방의사에게 돈을 넘길 필요는 없었을 터이다. 어린 신부와 새로운 유흥을 즐기기 위해 굳이 복녀를 죽였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딱 세 사람이 입을 닫으니 아무도 문제 삼지 않게 된 한 여인의 죽음. 시체를 앞에 두고도 침착하게 사건을 덮을 생각부터 했던 그 세 사람이 참으로 대단하다. 그리고 무서워졌다. 왕 서방은 복녀를 보내고 새 신부를 들였다. 남편은 복녀를 보내고 얻은 돈으로 또 어떤 복녀를 살까. 수많은 복녀들은 또 어떻게 죽고 잊혀져갈까.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금 생각해보니 왜 굳이 왕 서방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나 싶다. 사실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는 아직 일제가 한반도를 지배하던 때이다. 그러면 중국인보다는 일본인을 등장시키는 것이 시대상으로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왕 서방 역에 일본인이 등장하였으면 우리가 감자, 아니 그 이후 김동인의 많은 작품들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일본인과 대립했던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뿐 아니라, 일본인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복녀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변화하였기에 이 소설을 자연주의소설로서 환경결정론의 입장을 띤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그 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평양성에 들어가 막벌이를 하다가 칠성문 밖의 빈민굴에 자리를 튼 것은 복녀의 선택이다. 물론 결혼은 원치 않은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일하지 않는 남편을 어떻게든 먹여 살리려고 아등바등거리며 빈민촌까지 들어온 상황에서 복녀가 남편을 두고 도망친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을 터이다. 앞서 복녀를 죽인 왕 서방을 비난하기는 했지만, 절대 복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복녀를 이해하고, 그녀의 삶과 죽음에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복녀는 스스로가 원한다면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복녀가 타락했다고 비판하는데, 나는 차라리 더 타락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아예 남편을 버리고 새 삶을 시작하기를 바랬다.

복녀가 남편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어떻게든 살다보면 곯지 않고 감자 정도는 먹을 수 있는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이처럼, ‘감자를 해석할 때 굳이 친일 성향을 따지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시대적 배경에 대해 많이 고려하지만, 김동인이 친일파로서의 행동을 질책하기보다는 책 속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노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굳이 친일적인 문학을 찾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김동인의 대표작들에서 억지로 친일 성향이 담긴 요소를 찾게 되지는 않았다.

만약 정말로 김동인이 본래 친일 성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일제에 굴복하고 수많은 친일 활동을 했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나중에는 스스로 친일활동을 찾았으니까 말이다. 그가 본래 어떤 신념을 갖고 있든, 친일적인 글을 쓰면서도 문제를 인식했든, 글을 쓰는 일을 통해 생을 잇기 위해서였든, 모든 것은 핑계일 뿐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다만 그가 변절했다고 여겨지는 중일전쟁 이전의 작품을 바라볼 때도 김동인이 친일파라는 전제를 깔고 편협한 시각으로 작품을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김동인은 친일파라는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배경을 제대로 보고 시대를 반영하기를 바란다.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의회(www.youthassembly.or.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출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6961624
[사진출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6961624
인쇄매체 김지윤 비평단
E-mail : zyooni26@naver.com
추천 0 반대 0

Comments '2'

사무국님의 댓글

사무국

<댓글 평가 결과>
① 분량 : 적합(2600byte 이상) ② 사진/이미지 및 본문 인용 : 적합(출처기재) ③ 내용 : 적합(재구성 및 본인견해)
* 만약 수정하신다면, 이메일로 재평가를 요청해주셔야 합니다.

<주의사항>
"비평단 소통" 게시판에 업로드되는 빨간색 중요 공지사항들을 꼭 확인해주세요.
타인의 글을 인용하실때는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10줄 이상 인용시 무통보 삭제)
몰아서 쓰시는 글들은 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매달 꾸준히 작성해주세요.^^

추천 0 반대 0

문예찬님의 댓글

문예찬

안녕하세요 대학생 멘토단 문예찬입니다.

일단 김동인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려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동인이라는 작가가 친일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글을 접하지 못했다면 저의 편협한 시각을 계속 유지할 뻔 했습니다. 글의 주장과 흐름은 매우 좋았습니다. 책의 내용과 자신의 근거를 접목시켜 훌륭한 뒷받침 근거를 만들었고 그 내용도 훌륭했습니다. 사람들의 통념에 도전한 글은 글 전체의 완성도를 높여주었고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촉진시켰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타성을 타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0 반대 0
게시물 검색
인쇄매체 목록

설문조사

~

활동 지원 상담

1544-8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