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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허공으로의 도피

손홍규 투명인간 비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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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예서 비평단 Posted18-05-31 13:09 Comments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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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서론- 두 개의 모티프

투명인간은 두 개의 지 화소를 주축으로 구성되어있다.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의미하는 투명인간과 작가가 방향을 비틀어 표현한 아버지가 그 둘이다. 작가는 현실감 있는 상황 구현으로 객관성을 확보한 뒤 자신만의 묘사와 서술 기법으로 소설을 이끌어 나감으로써 두 화소를 기묘하게 섞는다. 아버지의 존재 자체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 그의 행동을 세밀하게 쫓아가면서도 가족 개개인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작가는 현관에 서서 집 안 모든 곳에 시선이 닿아있는 상태다. 그 결과 인물간의 갈등과 더불어 아버지의 내밀한 심리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또한 인물들의 가정 내 위치와 역할을 바꿈으로써 모두가 직면 할 수 있는 문제로 승화시킨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간극-아버지와 가족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경계는 명확했다. 아버지는 가족 부양의 의무와 동시에 가정 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아버지를 돕는 부수적인 역할을 주로 해왔다. 투명인간속에서도 아버지가 부양의 의무를 다하고 어머니가 집안일을 한다는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자연스래 주어졌던 특권과 권위가 위협을 받는다. 투명인간의 아버지는 표면적으로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가족에 속해있었지만 마흔 여덟 번째 생일을 기점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무시와 대면하게 된다. 물론 소설의 초반에는 이것이 전부 장난일 뿐이라고 언급하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생일을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이 될 거라고 했다. 동생은 이 세상을 단조롭고 따분한 곳으로 여겼기에 여태 해보지 못한 일을 하다는 데 흥분했을 뿐이다.

-와 같이 가족들이 아버지를 속일 수 있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동생은 아버지를 노골적으로 무시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다. 나 또한 점차 대담해지며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짜릿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아버지의 위치가 점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평소 조금씩 쌓였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들이 스미어 나와 그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작가는 감정이 고조될수록 묘사의 범위를 촘촘하게 좁혀가며 미세한 반응들을 적어 내린다. 후줄근한 옷차림과 사람들의 시선처리와 같은 것들은 상황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일 케이크를 중심으로 둘러앉아있던 가족들은 근원을 알 수 없는 경쟁심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모두 거실을 떠난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마름모꼴같다고 한다. 모두들 한 모서리씩 맡아 서로에게서 가장 먼 거리에 서 있는 형상이다. 인물간의 간극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한 장면이다. 이제 집은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를 넘어서서 그 자체로 사건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아버지는 계획된 연극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는 연극의 막을 내리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이지만 동생의 단호한 모습에 쉽게 순응한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동생이 평소 품고 있던 마음을 내비춤과 동시에, 아버지를 끌어내리는 작업의 완료를 암시한다. 서로 먼저 장난임을 시인하기를 바라며 눈치를 보는 상황은 경쟁심과 분노에 의해 사그라지고, 결국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마치 본래부터 그래왔다는 듯이 흘러가게 된다.

투명인간이 되는 건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적용된다. 아버지는 가족들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보임에도 마치 안 보이는 척 행동한다. 그런데 이 때 모순적인 일이 일어나는데 아버지를 투명인간으로 만든 왠지 아버지를 방금 잃어버린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이후 가족과 대화를 하려는 아버지의 다양한 시도가 나오지만 는 마치 아버지를 실제로 잃은 사람처럼 굴며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들을 통해 간극은 일방적으로 시작될 수는 있으나 결국 양 편의 협력으로 심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 속 움직이는 공백- 투명인간

투명인간 화소는 여러 소설 속에서 많이 사용되어왔다. 그러므로 자칫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손홍규의 투명인간은 기본 뼈대에 여러 가지 변주를 가하면서 독자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우선, 투명해진다는 것을 양 측 모두에게 적용시킨다.

그때 나는 망막 역시 투명하기에 아무런 상도 맺히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 투명인간은 장님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라는 부분에서 이 점이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가족들이 아버지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그들 스스로도 아버지에게 보일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작가는 가족을 묶고 있던 최소한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가족 자체의 소멸을 암시한다.

다음으로, 투명인간을 현대 사회에 접목시켜 소외된 인간, 자리를 잃은 인간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관계의 경계에서 밀려난 인간은 당연한 수순으로 자리도 지킬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에 연결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투명인간은 실제로 존재하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게 되는 것이다. 투명인간의 아버지도 이러한 과정을 겪는다. 핸드폰을 통해 연락해 보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으며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결국 아버지는 스스로의 실존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 가족의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간다.

아버지는 무려 다섯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은 채 국화를 노려보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전말은 모르겠으나 가족들이 전부 사라졌고,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사실 앞을 보지 못한 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라는 물음을 가지게 된다. 이때 작가는 투명인간-소외된 사람-로 변환한다. 소설 속 공백의 위치가 이동한 것이다. 아버지에서 시작했지만 끝은 아버지가 아니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교묘한 행동 배치를 통해 공백의 이동을 세심하게 드러낸다. 한 행동이 그걸 증명해 주는 방법은 주변의 흐름 변화이다. 작가는 공백을 표현할 때 주로 주변 인물의 내면 표현이나 행동묘사를 사용한다. 경계 밖에 있는 아버지를 대하는 가족들의 행동은 대담하고 무신경하지만 예민하다.

신문을 읽는 아버지에게 물방울이 튀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위의 문장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동생은 아버지에게 물을 튀기면서도 상관하지 않고 돌아다닌다. 대담하고 무심한 행동이다. 대조적으로 이 장면을 서술하는 는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끼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부각되는 부분은 공백(아버지)의 반응이다. 그는 딸에게 분노하지 않는 대신 공포를 느낀다. 항상 우위에 서 있던 아버지는 이렇게 비참하게 몰락한다. 이 부분에서 투명인간의 장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된다. 작가는 구구절절한 설명과 불필요한 묘사 대신, 짧고 강력한 에피소드를 사용해 투명인간의 위치를 구현한다.

 

결론-끊임없는 허무

투명인간은 사회에 은연중에 인지되고 있던 가족의 문제점을 투영해 보여준다. 아버지란 존재의 소외, 가족 내 소통 부재, 그리고 언어를 매개로 한 폭력과 무관심의 힘까지. 전부 다른 문제지만 결국, 개개인의 단편적인 노력만으로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인류란 매번 존재했으나 매번 멸망했다가 매번 새로 탄생해야 했던 인류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위와 같은 말을 쓴다. 그는 인류라는 무거운 단어를 사용하였으나 결국 인류는 아버지이며, 어머니이고, ‘이다. 서로 존재한다고 믿었으나 끊임없이 멸망해야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사람들. 작가는 답을 제시해주지 않는 대신 투명인간과 공백을 제시하면서 소외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이 물음은 가족의 소멸과도 이어지는데, 결국 소멸을 멈출 수 있는 것도 투명인간에서 벗어날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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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이상 문학상- 표제작 손홍규의 투명인간
[사진출처]
네이버 도서/이상문학상
http://naverbooks.image.leesand362h#3ydj4kh///search.3656y5274
인쇄매체 조예서 비평단
E-mail : miniblu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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