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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하나의 고시(考試)와 같은 것

박민규(作) 카스테라- 갑을 고시원 체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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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쇄매체 서태란 비평단 Posted18-04-01 01:19 View388회 Comments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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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인생은 하나의 고시(考試)와 같은 것이 아닐까.  

  '갑을 고시원 체류기'는 2005년에 출판된 책 <카스테라>에 담긴 10편의 단편 소설 중 가장 마지막에 실린 작품이다. 박민규 작가는 이 작품에서 특유의 유쾌하고 독특한 글 솜씨로 취업 준비생들의 터전, 고시원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다리조차 맘대로 필 수 없는 작은 밀실, 그 밑바닥에서 그리는 삶에 대한 애정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거침없이 내뱉는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유머러스한 문체. 박민규라는 작가의 개성을 가장 잘 담아낸 '갑을 고시원 체류기'는 담담한 작가의 말투와는 달리 우리를 숨죽이게 하고, 더 깊은 사고 속으로 자꾸만 가라앉게 만든다.

 

 '갑을 고시원 체류기' 속 주인공은 평범하다 못해 비극적인 삶을 사는 인물이다. 부모님은 삼촌의 사기로 인해서 사업이 망하고, 의지했던 형은 공사판에 뛰어들어 일을 하다가 추락해서 죽는다. '나'는 친구네 집에서 눈치를 보며 얹혀살게 되는데, 친구네 집 어머니가 다른 가족들에게는 계란 프라이를 얹어주고, '나'의 밥 위에는 계란 프라이를 얹어주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깨닫는다. 그리고는 도망치듯이 고시원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 고시원이 바로 '갑을 고시원'이다.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좁고 열악한 그 밀실 속에서 '나'는 자그마치 2년 6개월을 산다. 박민규 작가는 1평도 되지 않는 고시원의 모습을 사실적이다 못해 날카로울 정도로 자세히 묘사한다. 읽는 이가 불쾌해 할 만큼 그 밀실의 갑갑함과 두려움을 글에 녹인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없었던 폐쇄 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 양팔이 펴지지 않고 다리도 펼 수 없다. 잔뜩 웅크린 자신의 모습을 주인공은 '귓속의 달팽이 관, 그 속의 달팽이'라 표현한다.

 

 그는 잔뜩 접힐 대로 접혀져서 주인공보다는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힘을 쓴다. 특히 김 검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나'와 1센티 베니어 판을 사이에 두고 함께 생활하는 김 검사는 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인물이다. 주인공이 잠깐 자세를 고치는 순간에도 조용히 하라며 정숙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도 '정숙, 정숙'을 외치다 보니 그는 갑을 고시원을 떠난 뒤에 '정숙이라는 여자와 동거를 하는 느낌이었다.' 하며 아내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이 끝을 향할수록 냉철한 김 검사에게도 인간적인 면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들이 나온다. 결국엔 사법 고시에 또 떨어져 눈물을 머금고 고시원을 떠나가는 김 검사지만, 갑갑한 어항 속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금붕어들이 뻐끔뻐끔 숨 쉬고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형의 죽음에도, 고시원 사람들이 정숙을 닳도록 강조하며 구박해도 그저 담담하다. 오히려 웃음 섞인 농담으로 재치 있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곧 형이 죽어 통조림처럼 납골당에 안치된 모습을 보곤 '인간은 누구나 밀실에서 살아간다'고 얘기하며 내면의 쓸쓸함, 외로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 구간이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 가장 끔찍한 장소일 '갑을 고시원'을 '나'는 기분 좋게 회상한다. 비록 힘들고 괴로운 시기를 보냈을지는 몰라도 그 고시원 만큼은 변치 않고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박민규 작가의 담담하고 투박한 문체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밤하늘을 보며 개미굴 속으로 들어가야 했던 수많은 청춘들을 조용히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나는 사법 고시에 실패한 김 검사에게,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옅은 숨을 쉬는 갑을 고시원의 사람들에게 묘한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이 소설이 창작된 배경과 지금의 상태가 별반 다르지 않아 더 안타깝다. 색이 사라진 하늘 아래에서는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즉 작가가 빗대어 말한  '갑'이 되기 위해 이 밀실로 들어가기를 자처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사회가 말하는 갑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비좁은 개미굴 속 자리를 잡는 것이다. 나는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다. 한창 꿈을 꿀 청춘들이 고유의 색을 잃고 다리조차 펼 수 없는 밀실로 들어가는 꼴이라니, 어째 갑을 고시원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요즘에는 결혼, 연애, 출산 등은 기본으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언젠가 뉴스에서 들은 적이 있다. 각자의 삶에 너무 지치다 보니 옆에 걸리적거릴만한 가지들은 모두 쳐내는 것이다. 그러나 남은 가지를 계속 꺾어버린다면 고된 겨울을 견뎌낼 수 없다. 갑을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인물들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모두 각자의 방 안에 틀어박혀 작은 소음도 자신의 영역에 들어올 수 없도록 가시를 세우고 문을 잠근다. 주인공은 그들을 아직 '갑'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고단해서 해보지도 못할 것은 먼저 포기하고 본다. 그리고 애써 문을 닫아 스스로를 밀실에 가둔다. 박민규 작가는 소설 속에서 마치 억지로 밀실에 갇힌 듯 표현하고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모두 제 발로 밀실에 들어왔다. 우리는 밀실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갑을 고시원 체류기'처럼 세상과 단절된 장소, 그 안의 고독을 잘 표현한 소설이 있을까.    

 

 작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 문장 하나하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보여주는 거울 같아서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꽤 무겁다. 계란 프라이 하나로 비참해지는 가난한 현실이, 옆방 사람의 방귀 소리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세상이 마치 커다란 갑을 고시원 안에 들어온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박민규 작가는 이 '갑을 고시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잔혹한 현실 속, 삶을 기권하지 않은 우리에게 씁쓸한 위로를 건넨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갑을 고시원 속에서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고 있을 수많은 청춘들,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박민규의 '갑을 고시원 체류기'는 삶의 무게가 지겹도록 버거울 때,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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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허찬희 '박민규 단편 카스테라 연구'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2013
[사진출처]
네이버 쇼핑-도서 박민규 <카스테라> 이미지
인쇄매체 서태란 비평단
E-mail : tjxofks68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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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님의 댓글

최용수

글 쓰는 솜씨가 상당하신 것 같아요! 글이 무리가 없이 술술 읽히고 책을 사고 싶게하는, 그런 글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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