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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비판받아야하면서도 가치 있는 글

읽히지 않는 이유와 그럼에도 권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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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쇄매체 김지윤 비평단 Posted18-04-01 00:29 View221회 Comments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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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정이란 말은 제법 익숙하다. 누군가는 무정을 노래 제목으로 기억할지도 모르지만, 이광수의 소설 무정은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무정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정은 매우 두툼하고, 무려 100년이나 된 1917년대의 소설이며, 친일파인 이광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민음사의 무정은 본편만 해도 500쪽이 넘는다. 뒤표지에 무정을 연애소설이라 소개하는데, 책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1910년대의 연애감정을 느끼기 위해 500쪽의 모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최신 드라마만 보다가 무단통치를 당하던 1917년의 소설은 현대 정서로는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 않는가. 심지어 최초의 문학동인지 창조도 겨우 1919년에야 창간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정의 저자인 이광수가 대표적인 친일파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본인도 위와 같은 내용을 공감한다, 특히 마지막 이광수가 친일파라는 사실은 그를 참 부정적으로 보게끔 한다. 그의 친일 행위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그의 사상이 담긴 무정을 불편하게 읽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의 친일적인 사상을 억지로 이해하고 공감하려 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가 친일파라 하더라도, 무정이 가진 문학사적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교보문고는 무정자아의 발견에서 민족 주체의 확립을 이끌어낸 진보소설!”이라고 소개한다. 이 소설은 매일신보를 통해 연재되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폭발적인 반응을 자아내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주인공 형식은 인기 있는 교사로서, 주변인들에게 지식인이라며 칭송받는다. 그러나 그는 여자를 얼굴과 풍채, 그녀의 순결을 보며 함부로 평한다. 형식의 생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상하지 않다. 영채를 아리따운 여자라 보았다가 그녀가 성폭행을 당할 뻔한 이야기를 듣고 처녀가 아니라며 더럽게 여긴다. 영채는 형식의 은인의 딸로서, 아버지가 감옥에 갇힌 뒤 떠돌아다니다 그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지만 사기를 당해 실패했다. 형식은 그녀가 성폭행범으로부터 무사히 도망쳤다는 소리를 듣고 도로 영채에게 정답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느끼다가 영채가 기생이 되었다고 추측한 뒤 자탄한다. 아무리 그의 생각이라고 하지만, 그릇된 마음가짐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세 가지 이유로 무정을 시작하지 못할 이유를 들었는데, 이건 무정이 끝까지 읽히지 않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형식이 그리 생각한다고 해도 영채는 형식을 따른다고 말할 터이니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형식은 그 이후에 더 가관으로, 기생이 된 영채를 자신이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이형석 혼자 속으로 북치고 장구치며 속으로 연애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이형식의 사고방식은 그리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상황, 그의 주변은 변화하며 무정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영채는 다시 한 번 위험에 처하고, 이번에는 순결을 지키지 못한다. 영채는 죽을 결심을 하고 평양으로 가던 중, 진보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여인인 병욱을 만난다. 무정은 이전에도 1910년대의 모습을 드러냈지만, 형식, 영채에 비해 성향 면에서도 현대적인 병욱을 등장시키며 한 시대의 비슷한 연령층에서도 성향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모습이 과도기적 사회를 잘 담아내었다. 물론 앞서서도 1910년대의 모습을 드러낸 장면은 많지만, 형식의 사상도 학문적으로는 진보적이라 할 수 있고, 형식과 영채는 적어도 남녀관계에 있어서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부분이 등장하지는 않았었다. 형식은 겉으로는 진보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여자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 가부장적인 요소가 남아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지막부분에 가면 이 책이 요즘 드라마와 비슷할 정도로 구성이나 형식면에서 현대적임을 느낄 수 있다. 무정을 소개로 드라마가 제작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마지막 즈음에 극적인 사건도 발생하며, 그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부각한다. 결말까지 정말 현대적으로, 대충 몇 년 뒤 모습을 보여주되 구체적인 양상보다는 주인공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이 어찌저찌 잘 살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러브라인 문제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 버린다. 이러한 내용은 문학사적으로 매우 진보된 것이라 할 수 밖에 없다. 무정이 아무리 불합리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어도 그걸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깊이 다루자면 더 많은 내용을 다룰 수 있지만, 드라마 한 시즌은 족히 넘을만한 양이기에 놓치는 내용이 많다. 형식은 변화한 것이 아니라 이광수가 일제에 넘어가는 것처럼 시대의 변화에 적당히 따라간 것 아닐까, 우선이나 노파, 계향의 이야기, 그 당시 학교에서의 교육과 빈번하게 일어난 성폭행 등.

 나는 무정에 대한 비판을 멈추자는 게 아니라, 그게 비판받을 점을 비판받고 인정받을 점은 인정받았으면 한다. 그닥 달달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연애감정(아니 주변에 엮일 여자가 있는 상황의 감정)을 느끼고 싶으면 한 번 불편함을 찾고 끝까지 읽어보는 건 어떨까.

 

 

자료출처

-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7462504&orderClick=LAG&Kc=

 

 

*3월 비평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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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매체 김지윤 비평단
E-mail : zyooni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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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허서연님의 댓글

허서연

비평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무정이라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주는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가 친일파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안좋게 인식되는 작품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글이 많다는 것이 모순적이면서도 슬픈 현실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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