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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를 읽고

백수 기자와 파산 변호사의 재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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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쇄매체 김혜수 비평단 Posted18-03-01 00:00 View415회 Comments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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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인터넷 교보문고>

 

 

 

재심 프로젝트

이 책은 긴 시간 누명을 쓴 채로 살아온 사람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3개의 재심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사건에 대한 진실은 각각 17년, 16년, 15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밝혀졌다. 슬프고 안타깝고 화가 나는, 드라마틱한 이 책에 대해 비평을 쓰고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1.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

나라슈퍼의 최성자 씨는 밤에 강도들의 침입을 받았다. 흉기가 최성자 씨의 목에 대어졌고, 잠에서 깬 고모님이 질식사했다. 패물과 현금 일부를 도난당했고, 최성자 씨는 자신을 위협하던 '그 놈 목소리'에 진저리치고 밤에는 외출하지 못할 정도로 공포에 시달렸다. 다행히 곧 3인조 강도가 붙잡혔다. 하지만 얼마 후 최성자 씨는 기함할 만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경찰이 사건을 조작했고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당한 끔찍한 일 때문에 억울한 남의 집 아들들이 옥살이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 '피해자' 최성자 씨는 이들을 구명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게 된다.

 

삼례 3인조 강인구, 최대열, 임명선 중 강인구와 최대열은 지적 장애가 있었고 한글을 잘 쓸 줄 몰랐다. 하지만 경찰은 강인구의 한글 자술서를 확보했고, 폭력을 휘둘러 사실과 다르게 짜맞춰진 자백을 이끌어 냈다. 세 사람은 모두 전적으로 약자였고, 그들을 보호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이런 점을 이용하여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사건을 조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중에 진범이라고 자백해온 부산 3인조의 기록조차 거짓이라며 덮어 버렸다.

 

이런 경찰의 행동은 삼례 3인조와 최성자 씨에게 큰 상처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진범들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참회할 기회조차 박탈해버렸다. 진범 이 씨는 박 변호사를 만나고서야 최성자 씨를 만나 사죄할 수 있었다.

 

 

2.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

택시 기사가 강도를 당해 사망하고, 경찰은 목격자였던 최성필을 체포한다. 하지만 3년 후 황상만 형사반장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받고 끈질기게 수사를 하다 좌천된다. 이 사건에서도 진범 김씨는 자백을 했으나 풀려나고, 당시 15세의 가난한 소년이었던 최성필 씨는 약자로서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허위 자백해 억울하게 10년 가까이 복역한다.

 

최성필은 재심을 통해 16년 만에 누명을 벗었지만, 재판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단지 유감의 뜻만을 전했다. 억울하게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최성필도, 택시 기사의 유가족도 사과를 받지 못했고, 재심 이후에 구속된 진범은 끝끝내 혐의를 부인했다.

 

 

3.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

김신혜 씨는 여동생에 대한 성추행 등의 원한과 보험금 때문에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는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살해 도구와 사고로 위장하는 데 쓰인 도구의 출처, 살해 도구 중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심쩍은 고모부의 증언과 미비한 정황 증거만을 가지고 김신혜 씨를 범인으로 단정지었다.

 

김신혜 씨는 최초 자백 이후 혐의를 부정하면서, 고모부의 회유에 따른 자백이었고 보험금은 아버지의 장애를 미리 알리지 않아 수령할 수 없는 것으로 곧 해지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핵심적인 살해 동기였던 여동생에 대한 성추행 또한 고모부가 그렇게 해야 형량이 준다고 해 거짓 증언한 것이었다고, 김신혜 씨의 여동생이 밝혔다. 또한 범행 수단으로 지목된 수면제 30알은 단번에 복용하기 어려운데, 아버지가 당시 만취 상태라 더 힘겨웠을 것이고, 이후 부검에서 알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김신혜 씨와 밀접한 관계라 자백을 이끌어내고 자수를 권했다던 고모부와 고모의 증언이 오락가락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2015년에 재심이 청구되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허위자백을 하고 억울하게 복역한 이들이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었고, 그들을 보호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들의 편에 섰어야 마땅한 공권력과 강자들은 오히려 이들을 억압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명예에 흠집이 날까 노심초사하며 그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지금 국민의 대리인, 약자들의 편을 자처하며 국회의원이나 명망 있는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 구현이 지연되면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벌을 받지 못했고('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의 진범인 '부산 3인조'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받지 않았고,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에서는 뚜렷한 용의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웠다.) 더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으며('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의 진범 배 씨는 자살했고, 피해자인 최성자 씨는 트라우마와 함께 죄책감에 시달렸다. 진범 조 씨는 추가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에서 진범 김 씨의 친구인 임태형 씨와 사건 수사 당시 수사팀의 막내였던 박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반성의 기회를 빼앗았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과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의 진범들은 이후에 자백을 했음에도 구속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지금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찰 조사 중 검찰 직원들과 편안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여론이 좋지 않다. 이런 불합리가 하루빨리 해소되고, 권력이 약자의 편에 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정치적인 재심 사건(이 책에서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예로 들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재심 사건에도 관심을 가져서 더이상 정의가 지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책 속 박준영 변호사의 말처럼 "그냥 봐서는 보이지 않는 걸 보게 해주는" 언론과 사법기관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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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정님의 댓글

박연정

재심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사회적 약자였다는 점과 재심 이후로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점 모두 안타깝네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에 200%공감합니다. 만약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이 권력가였다면 재심까지 걸린 시간이 그렇게 길었을까요? 아니 처음부터 억울한 옥살이를 살지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도 자신의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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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영님의 댓글

장서영

약자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상기할 수 있었던 글 감사합니다. 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일들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이제부터 가끔씩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이야기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언급하신 재심 사건들처럼,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는 일들도, 들춰 보았을 때 우리 사회의 큰 그림을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부조리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보다 효과적으로 부조리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책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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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아님의 댓글

황윤아

저 또한 법과 언론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서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느낀점과 김혜수 비평단원님께서 느낀점이 상당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하여 비평문을 써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또 책에 수록된 중요한 재심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잘 정리해 주셔서 읽는 분들에게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잘 전달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비평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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