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미디어비평        인쇄매체

가장 많이 본 기사

자살; 마지막 봉인실과 195번 의류수거함에 대해서

<우아한 거짓말>과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읽고

페이지 정보

By 인쇄매체 김혜수 비평단 Posted18-02-01 00:45 View565회 Comments6건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클립보드 복사

본문

9bdbf9277cba4507f1b02f0be24e5f2a_1517411072_8052.jpg       9bdbf9277cba4507f1b02f0be24e5f2a_1517411074_5627.jpg

 

<출처=예스24>



'자살'이라는 주제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가 자살을 하면서 그 원인을 놓고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고,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등장인물 여러 명이 자살과 관련되어 있다. 주인공인 도로시는 자살 카페 가입을 시도하고, 수의사였던 숙자 씨는 아내가 자살한 후 방황하고, 식당 ''의 주인인 마마는 아들이 자살을 택하는 식이다. 195번 의류 수거함에 자신의 사진첩, 일기장, 상장 등을 버리면서 신변을 정리하던 195의 자살을 막으려고 하는 일화가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같은 주제이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내내 어둡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에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청소년 소설이니만큼 무거운 분위기라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한편으로는 두 소설 모두 자살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자살의 의미라던가 자살을 통해 전하려던 메세지,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의 자살이 마침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정신적인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서사가 주는 텁텁한 느낌은 차치하고서, 소설의 본 목적대로 자살에 대해 생각해봤다.

 

 

SOS

 친구의 자살, 경쟁에서의 도태, 마약 중독으로 자살을 결심한 195(별칭이다.)는 신변 정리의 일종으로 일기장, 사진첩, 상장 같은 의미 있는 물건들을 집 앞의 195번 의류 수거함에 버린다. 이 행동에 대해 마마는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기가 망설여지는 물건을 의류수거함에 넣었던 게 아닐까? ... 의류수거함은 그 아이에게 일종의 유예 공간이었던 셈이지. 죽음의 유예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 유예 공간 속 195를 설명하는 물건들을 도로시가 발견하고 그 의미를 알아채면서 195가 자살로부터 멀어질 발판이 마련된다. 한편, <우아한 거짓말>에서, 천지는 자살 수단으로 자신이 빨간 털실로 직접 짠 목도리를 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서가 담긴 빨간 털실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건넨다. 천지에게는 목도리를 짜고 털실들을 건네는 그 동안이 자살의 유예 기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마마는 195에게 "난 말이야... 누군가 자살을 했다면, 그 죽음 자체보다도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이던 시간 때문에 그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져. 이 세상에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웠을까," "너도 마찬가지야. 너의 자살을 결심하기까지의 시간을 짐작해보면 가슴이 미어져와.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살기도에 실패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죽지 말라'는 말을 한다. 죽어가던 순간에 '살려달라'고 외쳤다고 한다. 유일한 돌파구이고 끝맺음으로써 자살을 택하지만 자살은 사실 죽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 과정도 무척 고통스럽다.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은 역설적으로 살기 위한 필사적인 SOS 신호이고, 그 당사자조차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택인 셈이다.



잔인한 선택

 <우아한 거짓말>에서 천지는 ​짜장면 집 딸인 화연의 주도로 따돌림을 당하면서 엄마에게 '짜장면 때문에 죽을 거다'하고 말한다. 언니인 만지에게는 친구 문제로 고민상담을 한다. 모두 천지의 SOS 신호들이었고, 자살의 암시였다. <오즈의 의류수거함> 속 마마는 "사실, 자살이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표현 수단이야. 억울하다, 살고 싶다, 도와달라는..." 이라고 말하고, 아들의 자살 이후에는 폭식증에 시달리며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분명 아들애가 나에게 신호를 보냈을 텐데, 오직 일에만 빠져 있던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야." 라며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물론 소설에서는 그런 죄책감들을 극복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우아한 거짓말>에서는 화연, <오즈의 의류수거함>에서는 195.>의 치유를 도우면서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어냈지만, 현실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생활하거나 끝내는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자살을 통해서 자살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살 암시를 먼저 알아채지 못했고, 더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엄청난 죄책감을 지우고, 무겁게 기억되는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자살이 정말 잔인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째 봉인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말미에서(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다.), 천지의 다섯 번째 봉인실이 공개된다. 그건 자살을 택하지 않은 미래의 자신에게 써서 숨겨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지나고 보니 별 것 아니지? 잘 견뎌줘서 고마워'라고 적혀 있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에서, 마마는 195에게 "네가 이렇게 살아 있어서 나는 정말 기뻐."라고 말한다. 낙관적이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다 보면 스스로에게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고 같은 처지였던 사람에게 살아있어서 기쁘다는 말을 들을 날이 올 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길 자살을 포기하고 약물 치료를 받기로 결심한 195처럼 끊길 뻔한 역사를 힘내서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의회(www.youthassembly.or.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출처]
책 <오즈의 의류수거함>
책 <우아한 거짓말>
영화 <우아한 거짓말>
http://v.kakao.com/v/20180131020117756
[사진출처]
http://book.naver.com/product/go.nhn?bid=7431525&cpName=yes24&url=http%3A%2F%2Fwww.yes24.com%2FCooperate%2FYes24Gateway.aspx%3Fpid%3D95609%26ReturnURL%3Dhttp%3A%2F%2Fwww.yes24.com%2F24%2Fgoods%2F12125378
http://book.naver.com/product/go.nhn?bid=7443381&cpName=yes24&url=http%3A%2F%2Fwww.yes24.com%2FCooperate%2FYes24Gateway.aspx%3Fpid%3D95609%26ReturnURL%3Dhttp%3A%2F%2Fwww.yes24.com%2F24%2Fgoods%2F12320214
인쇄매체 김혜수 비평단
E-mail : hyesu4729@naver.com
추천 0 반대 0

Comments '6'

사무국님의 댓글

사무국

<댓글 평가 결과>
① 분량 : 미달(35줄 이상) ② 사진/이미지 및 본문 인용 : 적합(출처기재) ③ 내용 : 적합(재구성 및 본인견해)
* 만약 수정하신다면, 봉사 신청하실때 재평가를 요청해주셔야 합니다.

<"비평단 소통" 게시판에 업로드되는 빨간색 중요 공지사항들을 꼭 확인해주세요.
타인의 글을 인용하실때는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10줄 이상 인용시 무통보 삭제)
몰아서 쓰시는 글들은 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매달 꾸준히 작성해주세요.^^

추천 0 반대 0

황윤아님의 댓글

황윤아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로 풀어가는 두 책에 대해서 비교 분석적으로 비평문을 쓰신 것이 독특한 것 같아 눈길이 갑니다. 개인적으로 동일한 주제를 다룬 청소년 문학소설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와 '달리GO'가 생각이 나는데, 생각보다 자살이라는 주제는 문학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통 가족애나 학교폭력에 대해 다루어지던 책 '우아한 거짓말'을 자살이라는 그 소재 자체에 대해서 적어낸 것이 흥미로워요. 앞으로도 이렇게 도전적인 비평문 잘 써주시길 바랍니다:)

추천 0 반대 0

강다연님의 댓글

강다연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책은 읽어보았었는데 다른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과 비교해놓으신걸 보고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한동안 기분이 우울해지고 쳐지는 느낌을 받아 감상이 좋지 않았던 책인데요, 저만 그런게 아니였나봅니다. ㅎㅎ '오즈의 의류수거함'이라는 책이 굉장히 흥미로워보이네요! 한번 읽어보고싶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추천 0 반대 0

최고은님의 댓글

최고은

요즘 자살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읽어보던 중 읽게 되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자살이라는 주제가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잘 읽었습니다. 읽으신 책 중에 <오즈의 의류수거함>이라는 책에 눈길이 가네요. 좋은 글 읽고 좋은 책 추천받고 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0 반대 0

최미선님의 댓글

최미선

자살이라는 행위 자체가 표현이라는 것이 정말 와닿습니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표현 전에 주변인들이 당사자의 상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표현들도 있으니 당사자와 그의 주변인 모두 자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군요. 두 개의 책을 비교해서 적어주시니 하나의 책만 읽어도 다른 책에 어떤 내용과 감성이 실려있는지 공감이 잘 되서 좋습니다!

추천 0 반대 0

홍채연님의 댓글

홍채연

자살을 결심하고 행하기까지의 순간이 모두 SOS였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책은 읽어봤는데 저는 단지 학교폭력의 심각성까지밖에 생각하지 못했지만 자살이라는 개념까지 같이 생각하고 그것에 관해 다루신것이 인상에 깊게 남습니다.오즈의 의류수거함이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게 하네요.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추천 0 반대 0
게시물 검색
인쇄매체 목록

설문조사

대한민국 청소년의회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2018-05-15 12:00 ~ 2018-05-29 24:00

활동 지원 상담

1544-8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