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미디어비평        인쇄매체

가장 많이 본 기사

다른 것이 죄인가?

나이트

페이지 정보

By 인쇄매체 황민희 비평단 Posted18-01-24 19:03 View562회 Comments4건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클립보드 복사

본문

 

 

 

 

  ‘2세계대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대개 안네 프랑크의 『일기』, 혹은 원자 폭탄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지금 다룰 작품인 엘리 위젤의 『나이트』 역시 제2차 세계 대전, 특히 나치의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을 어린 남자아이의 시점에서 묘사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저는 영문도 모른 채 나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간다. 갑자기 닥쳐온 가족과의 이별, 눈앞에서 불태워지는 수많은 어린 생명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늘날의 우리에겐 매우 당연한 행동인 저항조차도 그에게는 하나의 사치일 뿐이었다. 그저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날을 잊지 않는 것.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수용소에서의 생활 또한 참혹하다. 각종 구타 행위들과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심지어 살인행위까지도 정당화되었으며, 수감자들은 그들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 일하지 않으면 죽는 곳, 그곳이 바로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였다.

    

 

 

  필자를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나치 소속 군인들이나 간부들만 이러한 반인륜적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용소로 가는 열차에서 몇몇 청년들은 가족들과 헤어진 후 정신을 놓아버린 셰흐터 부인을 묶고 마구 구타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카포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같은 수용소에 갇힌 다른 유대인들을 학대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평범한 수감자들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헨발트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는 시체들의 옷을 모두 벗겨 생존한 수감자들끼리 나눠 갖고 시체는 밖으로 내던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서 살아 숨 쉬던 사람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나 애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노동자에 의해 열차 안으로 던져진 빵 한 조각 때문에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끼리 서로를 짓밟고, 공격하는 등 열차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빵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까지 죽이는 청년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보는 노동자를 보며 나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성이 남아있는지를 의심해야 했다.

    

 

 

  나이트는 어린 소년의 관점에서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벌어진 잔혹한 행위들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소년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가 느끼는 절망, 신앙심의 상실 등을 드러내며 비극을 극대화한다. 책의 저자 엘리 위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직접 겪은 일을 증인의 입장에서 진술한 것을 책으로 엮은 만큼 그 울림은 더 클 수밖에 없다.

 

 

  70여 년 전, 나치는 많은 사람을 그저 인종이 다르거나, 다른 사상 혹은 종교를 믿고 있거나 성적 지향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등의 많은 이유를 들며 가두고 학살해왔다. 그들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절대 반복되어선 안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온갖 종류의 욕설과 편견이 그들을 쫓아다닌다. 나치의 학살을 비판하고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던 사람들조차도 주변의 차별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조장하며, 방관으로 이를 더욱 공고히 한다.

 

 

  멀리서 예를 찾을 필요 없이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빈번히 발생한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대학 진학률은 고작 15%밖에 되지 않는다. 200만 명이 넘는다는 국내 장애인 인구수. 그러나 우리는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좀처럼 볼 수 없다. 장애인이 이사를 오면 집값이 내려간다고 내쫓고, 장애인이 만진 물건은 더럽다면서 손도 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장애인들만이 아니다. 여성, 아동,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성 소수자와 같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사회로부터 외면받는다.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다고, 조금 약하고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차별하고 박해한다. 물론 굵직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이런 상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대중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부족했던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관련 법안도 사회적인 인식도 별다른 개선 없이 사회적 약자들은 여전히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과연 나치즘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알고 있는가? 장애인, 노인, 왼손잡이처럼 기존의 가구, 혹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시설이나 가구, 도구 등을 일컫는 말이다. 처음에는 그들을 위해 디자인을 한 것이지만 만들어 놓고 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훨씬 사용하기 편한 제품들이 되었다고 한다. 사회 제도나 법 역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을, 특히 지금까지는 법이나 사회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조금 더 배려하고 그들에게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제도나 법, 공공서비스 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이나 인식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은연중에 내뱉는 말 ​중에는 그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할 만큼 무수히 많은 장애인, 여성, 외국인 비하 등이 셖여 있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노골적인 혐오나 동정심이 담긴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 약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하고, 험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교육이나 캠페인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의회(www.youthassembly.or.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출처]
없음
[사진출처]
직접촬영
인쇄매체 황민희 비평단
E-mail : krista02@naver.com
추천 0 반대 0

Comments '4'

김창우님의 댓글

김창우

안녕하세요. 10기 인쇄매체 비평단 김창우입니다. 글의 세부적인 내용을 논하기 전에, 가장 인상 깊은 점이 있었습니다. 글의 흐름이 도서에 대한 감상에서 비평단 님의 통찰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인데요. 이는 황민희 님이 평소에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셨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논리적으로 잘 전개되어서 마지막의 결론부까지 확실하게 잘 쓰였다고 생각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음 비평글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0 반대 0

사무국님의 댓글

사무국

<댓글 평가 결과>
① 분량 : 적합(35줄 이상) ② 사진/이미지 및 본문 인용 : 적합(출처기재) ③ 내용 : 적합(재구성 및 본인견해)
* 만약 수정하신다면, 봉사 신청하실때 재평가를 요청해주셔야 합니다.

<주의사항>
"비평단 소통" 게시판에 업로드되는 빨간색 중요 공지사항들을 꼭 확인해주세요.
타인의 글을 인용하실때는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10줄 이상 인용시 무통보 삭제)
몰아서 쓰시는 글들은 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매달 꾸준히 작성해주세요.^^

추천 0 반대 0

김혜수님의 댓글

김혜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단순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해 안타깝고 분노하는 마음을 가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 사회 상황에 적용시킨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사회적 시선은 물론 제도적인 보조나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쓴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져서 공생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글 많이 써주세요.

추천 0 반대 0

김신영님의 댓글

김신영

안녕하세요. 대학생 멘토링단 김신영입니다.

책 나이트를 읽고 느낀 점을 담은 비평글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황민희 비평단원의 글을 통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어떤 교훈을 가져다 주었는지 잘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글 서두에 '제2차 세계대전', '안나의 일기' 뒤이어 '나이트'까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두 소재를 이어 연상시키고 책 나이트도 둘의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시작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서두부터 비평단원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도 사회적 약자를 차별 및 기피하는 행동으로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문제점을 던진 부분도 좋았습니다. 책의 어떤 내용이든 책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사회문제로 확장시키는 점은 좋습니다. 그 점을 고려해볼 때 비평단원이 책의 교훈을 사회문제에도 잘 접목시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만 비평글 제목이 아쉽습니다. 다른 것이 죄인가? 라는 의문형 제목보다는 다른 것은 틀리지 않았다. 다른 것은 죄가 아니다. 등으로 단호형 제목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의문형 제목은 독자들이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는데요. 이 글은 다른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라는 확실한 전제가 있기 때문에 단호한 어조인 제목을 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긴 비평글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0 반대 0
게시물 검색
인쇄매체 목록

설문조사

휴지통 없는 화장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18-09-10 01:00 ~ 2018-09-30 24:00

활동 지원 상담

1544-8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