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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져서는 안 될 꿈, 영생

죽음을 피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되어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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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과학부 오지윤 기자 Posted18-01-03 19:59 View590회 Comments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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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진출처 = selfishactivist.com>

 

문제는 육신이야. (중략) 육신은 수면과 음식을 필요로 하지. 하지만 우리의 뇌만 놓고 보면 필요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아. 우리 뇌가 하는 활동의 대부분은 다른 기관들을 관리하는 거야. 우리 몸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일에 우리 에너지의 대부분이 허비되고 있는 셈이지.”

 

 “(전략) 몸은 우리 생각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것을 가로막아. 여기 컵과 물이 있어. 육체가 컵이라면 정신은 물이야. 컵이 없으면 물이 계속 흐르듯이, 육체가 없으면 정신은 자유로워져.”

 

 그렇다고 해서 육체를 없애버릴 수는 없어. 그건 죽음이야.”

 

 꼭 그렇지는 않아. 우리는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육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뇌를 따로 떼어내어 영양액 속에 보존하면 되는 거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완전한 은둔자에피소드 내용 중 일부이다. 유명한 의사이자 주변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귀스타브는, 어느 날 문득 그의 아버지가 한 말을 떠올리며 모든 것이 이미 자기 안에 있으며, 우리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발견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생각은 귀스타브로 하여금 불필요한 소모품인 육체를 버리고 명상에 필요한 정신만을 남기기 위해 뇌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 부분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을 선택하게 한다. 수술을 통해 완전한 뇌로만 남게 된 귀스타브는 자손들의 보살핌 속에 유리병 안 영양액 속에서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에 걸친 깊은 사유(思惟)의 과정을 경험하지만, 고손자와 그 친구들의 장난 속에서 손상되다 결국 버려져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개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귀스타브의 독특한 발상도 발상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더 눈길이 갔던 부분은 로만 남은 귀스타브를 대하는 아내를 비롯한 가족의 태도이다. 육체를 분리하는 수술을 마친 직후, 귀스타브의 뇌를 보며 충격에 빠진 자녀들에게 아내는 아버지는 여전히 살아 계셔. 단지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야.’라며 그것을 소중히 관리한다. 그 영향인지, 유언과 함께 귀스타브의 뇌를 물려받은 자손들 역시 유리병 속 뇌를 보며 귀스타브가 살아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가 살아있다고 해서 귀스타브가 살아있다는 진술에 동의하지 않는다. 뇌가 다른 기관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된 그 순간, ‘는 살아있지만 인간 귀스타브는 죽은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개체로서 인간에게 죽음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논하려면 먼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인간은 기억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아 정체성, 경험, 학습적 지식 등이 모두 기억의 한 종류라고 하면, 모든 판단을 비롯한 사고는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어쩌면 아는 지도 몰랐던 잠재적인) 정보, 즉 기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인간은 기억에 의존적인 셈이고, 따라서 기억이 없다면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 있어 모든 것은 자기 안에 있다는 귀스타브의 생각은 어느 정도 맞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억이 인간일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자기 안에 있으므로 육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은 하나의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이를 실행시키려면 육신(肉身) 이라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귀스타브도 뇌로 존재하며 인간의 의식과 미지의 영역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깨달을 수는 있었지만, 이를 세상에 알릴 수는 없었다. 단지 귀스타브 안에 계속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개에게 잡아먹히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귀스타브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한편, 역으로 육체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도 기억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결국 인간이란 정신과 육체 간 상호작용의 결과물이고, 둘 사이의 네트워크가 끊어지는 순간 우리는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미래에는 인간이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뇌 안에서 정보를 전달할 때 발생하는 신경세포 사이의 전기적 신호를 컴퓨터에서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바꿔 기억을 데이터로 저장해 놓았다가, 이를 복제 인간이나 로봇 등의 기계에 넣는 것이다. ‘뇌 에뮬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이 성공하게 되면, ‘라는 자의식이 형태만 다를 뿐,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의식이라는 정신적 요소뿐만 아니라 그를 표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까지 갖춰져 있으니, 이것이 영생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디지털 영생에 대한 연구는 현재 실제로 진행 중에 있다. ‘2045 계획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사업가 드미트리 이츠코프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 생물학적 제약에서 벗어난, ‘불멸에 대한 욕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의 자의식을 데이터화하여 다양한 형태의 장치에 이식함으로써,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게 하는 것으로, 이츠코프는 다양한 형태 중에서도 홀로그램으로 존재하고자 한다. 물리적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과학계의 입장은 매우 분분하다. 위 연구의 책임자인 랜달 쾨네 박사는 꿈을 꾸지 않으면 불가능은 불가능일 뿐이라며 어렵지만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켄 헤이워드 버지니아 자넬리아 연구소 박사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현 기술로는 수천억 개의 뇌 세포들이 기능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뇌 신경망을 도식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도식화된 뇌지도가 완성된다 해도 그것을 온전히 복제해 다른 장치에 이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어 있어 각각의 독립적인 추출 및 개발이 비교적 쉬운 컴퓨터와 달리, 뇌는 그 둘이 결합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핵심적인 근거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성공 가능성과는 별개로 윤리적, 사회적 관점에서 이 연구는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을 빌려 말을 하자면, “수명의 대폭 연장은 인류 전체에게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하나의 자의식이 여러 개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있다. ‘의식을 담은 데이터의 전송 및 변환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되어 사생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인간의 의식이 개인적인,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영생의 기술이 실현되더라도 당장 그 적용 대상은 경제적 부유층을 비롯한 일부 계층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부유층에게 더 많은 경제 활동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과 다름없고, 궁극적으로 빈부격차의 심화에 기여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독재국가에서 집권자의 수명이 늘어나며 독재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기술이 보편화되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준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인구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일자리 및 자원 공급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발생은 불가피하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탓일까, 인류는 오래 전부터 영생에 대한 꿈을 꿔왔고, 어쩌면 곧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이 꿈을 실현시켜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 기술을 활용한 꿈의 성취에 앞서, 철학과 윤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욕망의 실현으로 인해 발생할 지도 모르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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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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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Selfish Activist, Why white people: Healing the cultural nervous system>
https://selfishactivist.com/on-whether-i-am-centering-white-people-understanding-the-cultural-autonomic-nervous-system-and-cultural-polyvagal-theory/
IT/과학부 오지윤 기자
E-mail : aojy06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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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김태영님의 댓글

김태영

과학의 능력이 도덕적 자세를 기본으로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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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님의 댓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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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경은님의 댓글

육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 오래전에 참 감명깊게 혹은 새롭게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모든 사람이 영생의 삶을 손에 얻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때는 정말 어떨까요?
어쩌면 삶의 유한함만이 가지고 있던 가치를 상실하고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들만의 모임으로 비인륜적인 사회가 만들어지지는 않을까요?
흥미로운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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