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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노동을 말하다 - 자영업자의 고뇌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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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수인 기자 Posted21-01-09 14:05 Comments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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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하고 여러 정책들을 입안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힘들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소상공인 대출이나 지원금, '착한 임대인 운동' 까지 한계를 보일 정도로 길어지는 코로나19 시대에 자영업자들은 아예 자신의 사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고육지책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번 사태의 대표적인 피해 대상으로 꼽히는 학원과 요식업의 두 '사장님'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1) 위기의 학원

경기도 용인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하던 A씨는 최근 학원을 내 놓고 다른 학원에 강사로 들어갔다. 원생들의 성원에 힘입어 수능이 끝날 때 까지는 사명감으로 버텼지만, 결국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학원을 포기하게 되었다. 자신의 손으로 학원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강의를 한다는 신념이 마음에 걸렸지만 월세를 생각하면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신념과 현실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현실의 문제가 너무 커져서 신념을 다 덮어버릴 정도가 되면 어쩔 도리가 없죠.”


‘착한 임대인 운동’도 한계가 있다. 건물주들도 언제까지고 월세를 안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론에서는 최대한 밝은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과는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A씨.

“힘든 쪽은 극단적으로 힘들고, 잘 되는 쪽도 그다지 잘 되는 편이 아닌 게 지금 학원 업계의 현실이에요.”

고3 수험생들이 있던 시절에는 수험생들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학원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수능이 끝나고 논술 등 대부분의 입시가 마무리되면서 많은 학원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형 학원들은 인터넷 강의 사이트와의 계약 등을 통해 화상강의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서 수강생들을 빠르게 붙잡을 수 있었지만, 중소 규모의 학원들은 그럴 인프라도 여유도 없이 수강생들을 속수무책으로 뺏겼다.

“그나마 저는 운이 좋죠. 아는 사람을 통해서 다른 학원 밑으로라도 들어갔잖아요. 그마저도 못 하면 그냥 장사 접고 집에서 백수로 지내는 겁니다.”

학구열이 고조되는 동네에 자리를 잡기 시작해 학원이 크게 발전하고, 보조교사 채용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A씨는 허망함에 며칠간 잠을 설쳤다고도 했다. 휑하게 비어버린 학원의 모습이, 황폐해져가는 학원업계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짙게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2) 시장통의 한숨

부천의 모 시장에서 통닭집을 하는 B씨는 뜻밖의 말로 말문을 열었다.

“매일이 완판입니다. 다 사가요.”

원재료가 너무 빨리 소진되어 조기 마감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한약재를 넣고 튀기기라도 하는 걸까. 기자의 질문에 B씨는 한바탕 크게 웃더니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예 원재료 자체를 조금 사오는 게 비결이죠. 예전보다 60%정도만 사와서 팔고 있습니다. 남으면 버리는 게 다 돈이니까, 차라리 안 남을 정도로 팔고 말지, 하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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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모 배달 업체의 배달원이 카운터 위에 포장해놓은 통닭을 가져갔다. 배달대행업체에게 배달을 맡기기 시작했다고 밝힌 B씨는, 가맹수수료를 내더라도 어떻게든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배달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성공적인 사업방향 전환으로 활로가 트인 것 같지만, 완전히 배달만을 이용하는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집들과의 경쟁 면에서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 통닭’하면 가게에서 자리 잡고 먹거나 줄 서서 기다렸다 사서 집까지 들고 가는 그런 매력이 있는 건데, 그런 부분을 이제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으니까 매출이 줄어들었죠.”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과 여러 거리두기 수칙으로 인해, 가게 앞에 줄을 서는 것 마저 불편해졌다고 한다.

“줄 서있는 손님들 거리 두기를 관리하는데도 많은 품이 들어요. 영업 준비야 가족들이랑 같이 한다고 쳐도, 사실상 영업시간 동안에는 저 혼자 튀기고 포장하고 계산하면서 파는 건데, 그 부분까지 신경 쓰려면 사람을 하나 더 써야 하는데 매출도 준 마당에 그런 건 너무 부담이 크죠.”

단골손님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손님 한 분은 손에 일회용 라텍스 장갑까지 낀 채로 기자와 철저한 거리를 지키며 인터뷰에 응했다.

“배달료가 비싸니까 그냥 와서 사가죠. 솔직히 코로나 걸릴까봐 무섭긴 한데 시장이 배달보다는 싸니까. 그리고 배달 앱인가, 우리 손주가 두어 번 가르쳐줬는데 너무 어려워요.”

스마트폰과 친하지 않은 노인계층은 특히 이렇게 시장을 찾는 비율이 높다고들 했다. 배달을 시킬 수 있는 통로는 대개 스마트폰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주문이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주문이므로 이런 방식과 친하지 않은 노인층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B씨처럼 젊은 감각으로 빠르게 배달 전환을 하지 못하는 고령층 상인들은 날벼락을 맞았다고들 표현했다. 방역수칙을 생각하면 시장마저 닫아 사람들을 모이지 못 하게 하는 것이 맞지만, 상인들의 생계와 노년층의 생필품 구매 등을 생각해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조치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역수칙은 주변 상권 뿐 아니라 동네 전체의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시장 골목 근처가 전부 조용해 진 느낌이에요. 죽어간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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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면 근처 교회로 모여들던 사람들이 집합금지로 인해 모이지 않고 조용해졌다고 한다. B씨는 '주말마다 모여서 기도하면 높으신 분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던 한 단골손님이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가게를 2주간 닫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그런 상황을 맞기 싫으니까 다들 서로 피하게 되는거죠. 시장에도 점점 모이지 않다보니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더라구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B씨는 작심한 듯, 정부의 보다 세심한 방역수칙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너무 두루뭉술하고 급하게 기준을 정하기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차근차근히 생각해서 각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방침을 정해줬더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차갑게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대변하듯, 평소라면 튀김기로 뜨거울 주방에도 찬 기운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극구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터뷰 후 통닭을 한 마리 선물로 받았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틈바구니에서도 시장의 넉넉한 인심만큼은 우리의 마음과 거리를 벌리지 않고 있었다.

김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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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주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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