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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사람, 그리고 이기심의 발로

인간의 마음이란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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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쇄매체 김가영 비평단 Posted17-12-31 23:32 View146회 Comments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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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랑은 사람에게 얼마의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사랑은 그 자체로 숭고함이요, 아름다운 것이나 지나친 힘을 가져버리면 그 만큼의 파괴력을 갖게 된다. 이 감정은 본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써 내면에 존재하는 순수(純粹)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것이 인간을 뿌리째 뒤흔들고는 이내 삼켜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이 그러하다.

 

 

    백 년 전의 일본을 배경으로 선생님과 나’, ‘나와 부모님’, ‘선생님의 유서로 크게 3부작으로 나누어져 이야기가 흘러간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려 사람을 믿지 않는 현재의 선생님과, 그런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고독에 매력을 느낀 ’, 마지막으로 사랑 하나에 세찬 흔들림을 맞은 과거의 선생님, 그리고 K. 관찰자 시점에서 보는 선생님은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맺는 고독한 인물이며, 상당히 염세적인 성향을 띈다. 세상에 미련 없이, 사람을 믿지 않아 나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마냥. 사랑이라는 것은 이래서 대단한 것이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도 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인간에 대한 회의감, 불신을 가슴 속에 품고도 어쩔 수 없이 커져가는 마음은 다시 한 번 사람을 믿고 싶게 만든다. 어쩌면, 이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이 사람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커져가는 마음은 불가항력이다. 멈출 수 없다.

 

 

   2나와 부모님에서 아버지가 병으로 사망하여 상을 치루는 중에 등기로 선생님의 편지 겸유서가 도착한다. 이 편지를 받으면 자신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에 들려주기로 약속한 과거를 글로 길게 써 내렸다. 자신이 왜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왜 죽음을 결심했는지.

 

 

   현재의 선생님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과거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그만큼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선생님의 과거는 3부에 등장한다.) 그는 정기적으로 친구의 묘를 방문한다. 현재의 그가 이렇게 살아가게 된 가장 큰 이유, 바로 ‘K’.

 

 

   선생님의 삶은 K와 꼭 닮았다. K가 자살한 후 자신도 이런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젊은 시절 선생님은 정말로 그와 같은 죽음을 맞이한다. 평생을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하면서도 내내 스스로를 옭아매며 살아가다 내린 결정이 결국 그것이다. 원체 말을 아끼고 사람에 호의적이지 않은 그의 무정(無情)함을 타파하고자 친구인 K를 제가 머물고 있는 하숙집에 데려와 지내며 노력한 바는, 제가 마음에 두었던 여인을 그도 잇따라 품어버린 것이었다. 그것을 체감하자마자 찾아오는 불안, 그리고 착잡함. 슬그머니 드러나는 이기심의 발로는 내내 그를 고민과 걱정으로 사로잡히게 하였다. K가 아가씨를 마음에 둔 것을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언제 제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을까 간을 보던 선생님에게 먼저 말을 꺼내온 건 K였다. 그 토로를 듣자마자 떠올린 생각은 무엇도 아닌 선수를 뺏겼다.’라는 아쉬움과 불안이었다. K를 하숙집에 데려온 건 순전히 자의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자체가 후회되기까지 하는 것이다. ,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도.

 

 

   백 년 전의 사회는 현재와 많이 다르다. 소설 속 종종 여성의 특성을 단정 짓는 표현이 나타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과거 사회적 역할 인식의 한계이다. 그래서 지금과는 다르게 부모의 동의만으로도 혼인이 가능했다. 따님을 달라 요청하고 승낙을 받아낸 후에 든 감정은 안심과 기쁨, 그리고 미약한 죄책감. 아가씨와 혼인을 약속한 것을 K에게 알리지 않았던 선생님은 뒤늦게야 K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다. K가 전혀 티내지 않았기 때문에. 안일한 생각이었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달려드는 일은 없었다. 그저 조용히 수긍했을 뿐이었다. 얼마 후 K가 자살했다. 가장 먼저 그를 발견한 선생님은 아가씨의 어머니를 불러 알렸다. 그는 제가 사랑하는 여인을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혈흔을 지웠다. 묵묵히 상을 치렀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죄책감은 제 자신을 집어삼켰다. 사랑하는 아내를 옆에 두고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그의 죽음은 오로지 내 탓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 건 모두 나 때문이야. 나는 사람을 죽였어. 내가 결국 K…….

 

 

   엄밀히 말하자면, K의 죽음은 선생님의 탓이 아니다. 오히려 실연의 아픔으로 인한 자살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전혀 아무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지만, 그 스스로 제가 죽였다고 벼랑 끝으로 내몰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마음이 그러하다. 제가 바라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없이 이기적이다가도 금세 연민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것이 인간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을 K의 마지막 모습이 결국 선생님의 마지막이 되었다.

 

 

   3부를 읽고 나서야 선생님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왜 항상 언제라도 훌쩍 떠나버릴 것 같이 세상을 살고 있었는지, 왜 친구의 묘를 꼬박꼬박 들렀는지. 그의 묘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평생이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의 짐작처럼, 자신도 K와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사람의 마음은 어째서 이리도 간사한지. 도덕성과 욕망,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고, 스스로를 벌주겠다는 생각을 해낸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타인과 구별되는 사람이 아닐까한다. 인정하고, 오래도록 그 사실을 마음 안에 담아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을 자신 이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선생님은, 사실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타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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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님의 댓글

김신영

안녕하세요. 대학생 멘토단 김신영입니다.

'마음' 책을 읽고 느낀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의 이유에 대한 비평글을 작성해주셨네요. 제가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가영 비평단원이 쓴 글만 봤을 때 굉장히 심오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고독함 속에서 고독함의 원인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파악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이 단편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또한  이 비평글을 작성한 가영 비평단원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소설 속 선생님의 행동이 때로는 난해하고 단순히 자괴감에 빠진 인간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이 느끼고 있는 감정의 진짜를 파악해 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글을 통해 느껴졌습니다. 비평글이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사회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 이 비평글은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지 않았나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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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님의 댓글

김가영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시고, 긴 감상평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글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서의 비평글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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